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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 ‘정체성 토론’ 앞세워 ‘이슬람 혐오’ 본색

등록 2009-12-17 19:31수정 2009-12-17 23:32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은 프랑스 무슬림공동체협의회의 한 회원이 반이슬람 구호와 낙서로 훼손된 무슬림 공동묘지를 지나고 있다. 프랑스 북부 아블랭생나제르에 있는 노트르담 드 로레트 공동묘지의 이 묘역에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무슬림들이 묻혀 있다. 아블랭생나제르(프랑스)/AP 연합뉴스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은 프랑스 무슬림공동체협의회의 한 회원이 반이슬람 구호와 낙서로 훼손된 무슬림 공동묘지를 지나고 있다. 프랑스 북부 아블랭생나제르에 있는 노트르담 드 로레트 공동묘지의 이 묘역에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무슬림들이 묻혀 있다. 아블랭생나제르(프랑스)/AP 연합뉴스
가족부장관 “젊은 무슬림, 은어 쓰지말라” 압박
야·인권단체 “인종차별·국론분열…토론 중단을”
정부 “강행”…3월선거 앞두고 우파 결집용 분석
‘프랑스인이란 무엇인가?’

제법 철학적인 제목의 토론이 프랑스를 엉뚱한 방향으로 달구고 있다. 이 토론은 애초 지난달 말 프랑스 정부가 교외 소요사태, 국기게양 등 역사, 문화, 종교 등을 망라해 “프랑스인의 자부심과 프랑스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국가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했다. 인터넷 포럼사이트와 지역별 소규모 토론회가 내년 2월4일까지 전국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토론이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적 불만과 두려움을 터뜨리는 쪽으로 흐르며 논란이 되고 있다. 토론을 당장 중단하라는 요구도 잇달고 있다.

논란의 중심엔 나딘 모라노 가족 담당 장관이 있다. 그는 16일 “젊은 무슬림들이 프랑스를 사랑하고, 일자리를 찾고 은어를 사용하지 않고 모자를 거꾸로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인종단체와 야당 등은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며, 반외국인·반무슬림 정서를 조장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뤼크 샤텔 정부 대변인은 “토론에서 어떠한 주제도 금기시해서는 안 되며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미니크 드 빌팽 전 총리는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런 문제로 서로를 갈라놓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며 “잘못된 토론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르몽드>도 최근 사설에서 “국가 정체성에 대한 중요한 토론이 변질됐다”며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토론회에서 불거진 무슬림 논란의 근저에는 유럽의 사회통합 고민이 놓여 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서유럽 나라 가운데 최고인 약 500~600만명에 이르러, 이슬람은 프랑스 제2종교로 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 채로 잡아먹힐 지경이다. 이제 까놓고 얘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적 충돌이 빚어지면서, 프랑스에서는 무슬림 여성이 눈 주위만 빼고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 허용 여부를 결정할 ‘부르카 위원회’까지 의회에 만들어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에리크 베송 이민장관은 16일 부르카 금지가 “불가피한 것 같다”며 “그런 베일을 입는 것은 프랑스 사회에 완전히 통합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프랑스 국적을 얻는 데 걸림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토론은 시작 전부터 논란을 빚었다.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패색이 짙은 우파 정권이 프랑스인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자극해 극우파 지지자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때로 잊혀지고 부정되는 국가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숭고한 토론”이라며, 반대자들은 복잡한 문제를 다루기 두려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때 자유·평등·박애의 상징이었던 프랑스 사회에서,‘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주장과 ‘우리의 문화를 인정하라’는 주장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54%만이 이슬람이 프랑스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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