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자신의 귀를 왜 잘랐는지는 오랫동안 미술계의 논쟁거리였다. 정신병설(說), 물감에 함유된 납 중독설, 친구 고갱과의 불화설 등이 그 이유로 제시되곤 했다.
27일 영국 일간 선데이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고흐 연구자인 마틴 베일리는 고흐가 귀를 자르고 한 달 후 완성한 `양파가 있는 정물'을 정밀 분석, 그가 평소 의지하던 동생 테오의 약혼 소식에 좌절한 나머지 귀를 잘랐다고 주장했다.
이 작품 오른쪽 아래에는 편지봉투가 하나 그려져 있다. 동생 테오가 1888년 12월 자신의 약혼 소식을 전하고자 파리에서 이 편지를 보냈고, 이미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고흐는 편지 내용에 충격을 받아 귀를 잘랐다는 게 베일리의 추정이다.
베일리는 작품에 그려진 편지봉투를 현미경으로 살펴본 바로는 봉투 위에 숫자 '67'이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67은 테오가 살던 파리 몽마르트르의 아파트 근처에 있는 아베스 광장 우체국의 공식 표기다.
이 봉투에는 `새해(New Year's Day)'라는 특별한 표시도 찍혀 있다. 파리 우편박물관에 따르면 19세기 후반에는 12월 중순부터 편지봉투에 이런 표시가 찍혔다.
베일리는 작품 속 편지에 테오가 애인 요한나 봉어에게 청혼했다는 소식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12월21일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 결혼 허락을 구한 테오는 뒤이어 형 빈센트에게도 이 소식을 틀림없이 전했으리라는 분석이다.
테오는 형 빈센트가 금전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크게 기대던 동생이었다. 고흐에게는 이 편지가 무척이나 큰 의미를 띠었기 때문에 그가 의도적으로 편지봉투를 작품에 끼워넣었다는 것이 베일리의 결론이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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