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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민심떠난 영국 노동당 ‘적전 분열’

등록 2010-01-07 20:31수정 2010-01-07 23:57

영국 정당 지지도 변화
영국 정당 지지도 변화
브라운 총리 지도력 불신 커
당내 신임투표 무산됐지만
총선패배 위기의식에 내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지도력이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 총선이 불과 6개월 내로 다가왔지만, 집권 노동당 내부에서 브라운 총리 ‘흔들기’ 움직임이 불거지면서 갈 길 먼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제프 훈 전 국방장관과 퍼트리샤 휴잇 전 상무장관 등 전직 각료 2명은 6일 브라운의 신임을 묻는 비밀투표를 실시하자고 당내 의원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렸다. 이들의 비밀투표 제안은 얼마 안 돼 공개됐고, 노동당 주요 의원들이 동참하지 않으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당의 분열상만 다시 드러냈다. 두 의원이 신임투표를 제안한 이유도 “지도력 문제로 노동당이 심각하게 갈라졌다”는 것이었다.

이날 데이비드 밀리밴드 외무장관 등 주요 현직 각료들은 사건이 알려지고 6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브라운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 등은 7일 브라운 총리가 그나마 “미적지근한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가 이끄는 보수당은 “분열된 노동당은 국정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비판하며 쾌재를 불렀다.

노동당 의원들이 ‘쿠데타’에 반대한 이유가 브라운을 적극 지지하기 때문은 아니다. 총선이 코앞에 닥쳤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브라운에게 비판적인 오스틴 미첼 노동당 의원조차 “선거에는 대안이 필요한데,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총선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5월6일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노동당의 이런 내분은 총선 패배가 거의 확실한 데 따른 위기감의 반영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지난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캐머런이 총리를 맡는 보수당’에 찍겠다는 국민이 46%로, ‘브라운이 총리를 맡는 노동당’(35%)보다 크게 앞섰다. 브라운 총리의 국정운영에 대해 ‘불만이다’라는 응답은 66%에 이르렀다. 노동당은 1997년 토니 블레어가 보수당한테서 정권을 탈환한 지 약 13년 만에 정권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경기침체, 재정적자 누적, 아프간전 희생 증가 등이 집권 노동당과 브라운 총리에 대한 염증을 키우고 있다. 경제위기에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도 이런 악재를 뒤엎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 브라운은 취임 이후 줄곧 지도력을 의심받았다. 2007년 6월 토니 블레어한테서 총리직을 넘겨받기 전부터 자질을 의심받았다. 총선 승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당 ‘내부 승계’로 총리에 오른 것은 블레어파나 다른 총리 후보군의 불만을 낳았다. 지난해 6월에도 각료들이 대거 물러나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등 끊임없이 흔들렸다.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노동당과 브라운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었다. 조너선 톤지 영국 리버풀대 교수는 “노동당이 총부리를 자기한테 겨눴다”고 이번 사태를 평가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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