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민간 급습 뒤 끌고가 온몸 상처에 손발 수갑 자국
영국 국방부 정식 조사 나서
영국 국방부 정식 조사 나서
이라크 주둔 영국군이 2006년 바스라의 민가를 급습해 62살의 민간인 여성을 고문한 뒤 총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왕립 군 경찰대가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그렇잖아도 2003년 토니 블레어 정부 당시 이라크 참전 결정과정을 놓고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2006년 11월 이라크 여성 사비아 탈리브가 영국군의 전사자 수습 포대에 담긴 채 길가에 버려졌다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바스라 경찰의 미공개 보고서가 현 고든 브라운 내각의 장관들에게 제출될 것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1일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리브의 주검 복부에는 총알 자국이, 얼굴을 비롯한 온몸엔 고문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상처들이 있었으며, 손과 발에는 수갑 자국이 선명했다.
영국 국방부는 당시 탈리브가 영국군의 총에 맞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영국군이 무장세력 은신처를 급습한 교전 과정에서 일어났으며 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 국방부는 탈리브가 치료받았다는 병원이나 탈리브의 주검이 누구에게 인도됐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못했다.
탈리브의 유족들은 영국 국방부를 상대로 영국 고등법원에 손해배상 등 법적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 이라크 경찰이 영국에 넘긴 조사 결과와 유족들의 변호사의 말 등을 종합하면, 이라크 영국군은 2006년 11월 15일 새벽바스라 지역에서 테러리스트 체포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탈리브의 집을 침입했다. 탈리브의 아들이 무장강도의 침입으로 오인하고 집 지붕 위로 위협사격을 하자 순식간에 탈리브의 집은 영국군의 집중사격을 받아 아들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공포의 20분 동안 작은 아들을 품에 감싼 채 방에 몸을 숨기고 있던 탈리브는 기적적으로 무사했으나 영국군에게 끌려나간 뒤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영국 국방부는 현재 영국의 이라크 전쟁과 점령 6년 동안 영국군이 개입한 민간인 학대 또는 학살범죄 47건을 조사 중이며, 이 사건은 가장 심각한 사례 중 하나로 추가될 것이라고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