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사하라서 낙진피해 실험…비밀문건 폭로
4번째 핵보유국인 프랑스가 1960년대 사하라사막에서 실시한 대기권 핵실험 당시 자국군 병사들을 낙진피해의 실험 대상으로 이용했다는 비밀문건이 폭로됐다.
<르파리지애>은 16일 사하라사막에서 핵실험을 주도한 ‘사하라군사실험센터의 기원과 핵실험’이란 제목의 비밀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1998년 프랑스 국방부가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 보고서는 “심리적이고 도덕적으로 현대전에 대비하기 위해 원자탄이 인간에 미치는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적인 대모험”을 실시했다고 적고 있다.
특히 1961년 4월25일 실시한 4번째 대기권 핵실험 당시엔 병사 300여명이 투입됐다. 병사들은 폭발 20분 뒤 버섯구름이 피어 있는 상황에서 대피호에서 나와 폭발 지점에서 700m 떨어진 지점까지 도보로 이동했고, 정찰용 장갑차는 폭발 지점에서 275m 지점까지 근접했다. 당시 병사들은 보호장구로 방독면만 착용했다. 보고서는 당시 실험에 참가한 군장교들은 방독면이 작전을 지연시킨다며 다음에는 단순한 방진마스크로 대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적고 있다.
프랑스는 1960년부터 1996년까지 210회의 핵실험을 했으며, 사하라사막에서 17회,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193회 실시했다. 처음 4차례 사하라에선 대기권 핵실험을 했고 나머지는 지하 핵실험으로 치러졌다.
에르베 모랭 국방장관은 병사들을 실험 대상으로 이용했다는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오늘날 같으면 그런 조건에서 실험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의 눈으로 역사를 분석해서는 안 된다”며 “적어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실수를 인정한다”고 밝혀 그런 실험이 실시됐음을 시인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실험에 관한 좀더 과학적인 자료 공개 등 투명한 정보 공개를 약속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피폭자 및 피폭자 2세 등의 보상과 치료 요구를 무시해 오다가, 지난해 12월 말 처음으로 보상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번 비밀보고서 폭로는 “보상액도 적고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보상법안의 개정과 현실에 맞는 보상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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