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운동가 고슬링...살인혐의로 체포돼
방송에 나와 에이즈로 죽어가는 연인을 안락사시켰다고 고백했던 영국 <비비시>(BBC) 방송 진행자이자 동성애운동가인 레이 고슬링(70)이 17일 살인혐의로 체포됐다. 그의 체포는 안락사 및 안락사 조력자 처벌 문제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 전 고통스런 기억을, 고슬링은 지난 15일 저녁 방송된 <비비시>의 ‘인사이드 아웃 쇼’에 나와 털어놨다. “어느 더운 날 오후 병원에서 의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의사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한 뒤 베개를 집어 그를 눌렀다. 의사가 돌아왔을 때 나는 ‘그는 가버렸다’라고 말했다. ” 그는 연인인 남자친구가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되면 죽도록 돕겠다고 약속을 했다면서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인의 신원이나 병원 이름, 발생 시기 등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들은 1980년대 일어났던 일로 추정했다.
노팅엄셔 경찰 대변인은 17일 “방송에서 말한 내용을 토대로 살인혐의로 그를 체포했다”면서 “방송에서 밝힌 주장의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선 이달 초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작가 태리 프래쳐가 공개적으로 안락사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영국에선 다른 사람의 죽음을 돕거나 유도할 경우에 최고 14년형에 처하도록 되어있는데, 영국 검찰은 조만간 안락사 조력자의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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