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법’ 추진…접근 제한 판결땐 전자팔찌
프랑스에선 가정내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도 형사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프랑스 하원은 25일 이런 내용의 ‘가정 폭력법’ 초안에 대한 제1독회를 마쳤다. 초안은 배우자나 동거인이 반복적으로 피해자의 생명에 피해를 주고, 또는 피해자의 권리나·존엄성에 영향을 주거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피해를 입힌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만5000유로(약 1억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일정거리 이내 접근 제한에 대한 판결을 받은 배우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전자발찌를 채우고, 제한거리 이내에 접근할 경우 자동통보되도록 하는 규정도 지난주 법무부가 스페인의 예를 제안한대로 포함됐다. 이밖에, 배우자의 폭력으로부터 대피하거나 새로운 거처를 희망하는 여성들이 임시보호명령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당인 대중운동연합과 야당인 사회당 소속 30여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은 가정폭력에 대한 의회조사위원회의 2년간 활동에 근거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사흘에 한명꼴로 여성이 배우자의 폭력에 목숨을 잃고 있다. 2008년 한해에 157명의 여성이 이로 인해 사망했다. 18~60살 여성의 10%가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고, 약 150만명의 여성들이 배우자 폭력의 희생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정부와 여당이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모호한 규정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형법은 불법행동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이 법은 위반행동을 모호하게 규정해 판사에게 너무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정됐지만 시행에 문제가 많은 ‘도덕덕 학대’에 관한 규정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선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제1독회와 축조심의와 수정·동의 과장의 제2독회를 거쳐 의결하는 제3독회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인 사회당도 이 법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하원 통과는 시간문제이다. 상원도 단일법안을 만들기 위해 이에 유사한 법안을 논의중이어서 올 중반에는 법률로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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