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불분명·개인정보 유용 우려”
독일 헌법재판소가 통신회사들이 개인의 통신내역을 일정 기간 따로 보관하는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독일 헌재는 2일 통신회사들이 개인의 전자우편과 전화 기록, 인터넷 접속 기록을 6개월 동안 보관하는 법률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용 목적도 불분명하다며 효력을 정지시켰다. 통신회사들이 보관하고 있던 기록들도 바로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독일 정부는 2008년 유럽연합(EU) 가이드라인에 따라 테러와 범죄 추적 목적으로 이 법률을 만들었다. 통신회사는 이 법률에 따라 개인이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자주 전화를 하고 전자우편을 보냈는지와 같은 기록을 보관할 수 있었다. 비록 전자우편과 전화통화 내용 자체는 보관하지 않지만, 나치와 옛 동독 시절 비밀경찰의 개인 감시활동을 기억하는 많은 독일인들이 이 법률에 비판적이었다. 결국 현직 법무부장관까지 포함한 3만5000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독일 녹색당 당수인 클라우디아 로스는 헌재의 위헌 판결을 환영한다며 “입법자들의 뺨을 때린 격”이라고 말했다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독일 헌재는 그러나 통신내역 보관 원칙 자체가 위헌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독일 정부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보완하면서 통신내역을 보관하는 대체 입법을 할 여지를 남긴 셈이다. 독일 내무부장관은 “대체 입법을 빨리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번 판결은 다른 유럽국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통신회사들이 1년 동안 개인의 통신내역을 보관하는 법률을 시행 중인데 이번 판결로 반대여론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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