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를 인수한 러시아 올리가르흐 알렉산드르 레베데프가 25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영 ‘인디펜던트’ 신문 1파운드에 인수
* 올리가르흐 : 신흥 과두재벌
* 올리가르흐 : 신흥 과두재벌
소련 해체 과정서 부 축적
축구팀 이어 유력언론 인수 1980년대 그는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첩보원이었다. 약 20년이 지난 25일, 그는 한때 영국 독립언론의 상징이었던 권위지 <인디펜던트>와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를 사들였다. 이른바 러시아 ‘올리가르흐’(Oligarch·신흥 과두재벌) 가운데 한 사람인 알렉산드르 레베데프(51)다. 그는 적자에 허덕이는 두 신문을 단돈 1파운드(약 1700원)에 인수했다. 올리가르흐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되는 혼란 속에서 정권과의 유착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소련 해체 뒤 옛 공산당 세력과 맞서 단기간에 구체제를 혁신하려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정권(1990~1999)에 중요한 공생의 파트너였다. 옐친 정권은 화폐개혁과 국가 기간산업 사유화를 통해 공산당 세력의 경제력을 제거한 뒤 자신들을 지지할 새로운 경제엘리트를 형성한 것이다. 이들은 석유·가스·광물 등 주로 천연자원 분야를 독점하고 억만장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억만장자 가운데 27명이 러시아 올리가르흐였다. 영국 프로축구팀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시절(2000~2008), 푸틴의 견제로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 김선래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26일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정경유착 단계를 지나서 정치적 영향력을 넘보는 ‘국가장악’의 형태까지 띠면서 정치권력의 반격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전 회장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등이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줄줄이 재판에 서거나 망명길에 올랐다. 여전히 막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보유 주식이 폭락해 일부는 타격을 입었다. 이번에 <인디펜던트>를 사들인 레베데프는 전형적인 올리가르흐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 산업이 아니라, 금융업으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그는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제부패와 맞서 싸우는 독립언론과 탐사저널리즘을 지지한다”며 <인디펜던트> 인수 배경을 밝혔다. 레베데프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공동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를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영국 석간 <이브닝 스탠더드>도 사들였다. 그도 2003년 모스크바 시장에 출마해 13%를 얻는 등 정치권력에 뜻을 품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무엇인가 해보려고 하지만 자신의 사업을 잃을 것을 감수할 만한 진정한 야당 정치인은 아니어서, 정치권과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레베데프의 ‘생존 전략’을 평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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