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지자체 ‘권고’…해묵은 언어권 갈등 탓
브뤼셀 수도권에 인접한 벨기에 일부 지방자치단체(구청 급)가 주택업자들에게 네덜란드어 사용자에게만 집을 팔도록 '권고'하고 주택업자들은 이를 실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5일 일간지 르 수아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뤼셀 수도권에 인접한 오버레이스, 빌보르데, 후이크 등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 지역에 속한 일부 지자체는 주택업자들에게 네덜란드어 사용자에게만 신축 주택을 팔도록 권고했다.
이를 처음 폭로한 네덜란드어 공영방송 VRT는 이들 지자체가 논란의 여지를 우려해 주택업자들에게 구두로 권고했을 뿐 이러한 사항을 문서로 남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주택업자들은 분양광고를 네덜란드어로만 제작하고 잠재적 구매 고객 명단을 지자체에 제출했으며 지자체는 잠재적 구매 고객의 네덜란드어 사용 능력을 심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신축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지금 당장 네덜란드어를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배우려는 의지가 있으면 "OK" 사인을 해주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주택업자에게 "다른 고객을 찾아라"라고 권했다.
지자체는 플레미시 지역에서 네덜란드어 '정체성'을 지키고자 이러한 정책을 폈다고 언론은 전했다.
건축과 관련한 각종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에 따라 주택업자들은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이러한 권고에 순응해 왔음이 드러났다.
한편, 벨기에 플레미시 지역에서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 직원이 민원인을 상대할 때 네덜란드어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탓에 네덜란드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외국인과 프랑스어 사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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