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만베크 바키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남부로 달아난 대통령
‘권토중래’ 어려울 듯
‘권토중래’ 어려울 듯
“불행하게도 나는 영향력을 행사할 실질적 수단이 없다.” ‘2차 튤립혁명’이 일어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쿠르만베크 바키예프(사진)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밝혔다. 키르기스 남부로 달아난 그는 이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국가원수다”라고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무기력한 현실을 인정했다. 바키예프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키르기스 남부에서 ‘권토중래’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피>(AP) 통신은 바키예프가 도시와 농촌지역 국민들간의 갈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8일 로자 오툰바예바 임시대통령에게 전화를 거는 등 러시아가 과도정부를 지지하면서 바키예프의 권력 복귀 가능성은 멀어지고 있다. 오툰바예바는 키르기스 7개 지역 가운데 4개 지역을 과도정부가 장악했다며, 바키예프에게 패배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바키예프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협상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으나, 임시정부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수도 비슈케크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9일에는 ‘혁명’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 70여명을 위한 공식 장례식이 진행됐다. 다만 8일 밤 수도 비슈케크에서 총성이 울리고 무장 약탈자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등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임시정부는 약탈자는 즉각 사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가 전략적 요충지인 키르기스에서 미군의 군사활동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오툰바예바는 미군의 마나스 공군기지 폐지를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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