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화하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오른쪽)와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0일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한 스몰렌스크의 사고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꽃을 놓고 있다. 스몰렌스크/AP 연합뉴스
[폴란드 대통령 비행기 참사]
10일(현지시각) 비행기 사고로 비운에 숨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바르샤바법대를 졸업한 뒤 1970~80년대 폴란드의 저항운동을 이끌었던 ‘연대노조’ 부위원장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한 보수적 민족주의 성향의 인물이다. 옛소련이 붕괴한 뒤 1990년 연대노조 위원장을 지낸 레흐 바웬사가 대통령이 되면서 보안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2001년 현 집권당인 법과정의당 창당을 주도했으며, 2005년에 시민강령(PO) 후보였던 도날트 투스크 현 총리를 누르고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직 재임 내내 가톨릭 가치관과 전통 중시, 낙태와 동성애 반대, 확고한 반공주의와 친미노선으로 보수우파 세력의 중심에 서왔다. 특히 2006년 7월 당시 총리가 사임하자 자신의 쌍둥이 형제인 야로스와프를 총리에 임명해, 2007년 11월 총선 패배 때까지 16개월간 폴란드 정부를 형제가 장악했다.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망(MD) 유치 등 친미정책으로 러시아와는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폴란드는 이번 사고로 대통령을 비롯해 하원 부의장, 국가정보국장, 중앙은행 총재, 외무차관, 대통령 보좌관 3명 등 정부 지도부가 대규모 공백사태를 빚으면서, 오는 10월 예정됐던 대통령선거를 앞당겨 실시하게 됐다. 폴란드 헌법은 대통령 사망 때 하원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14일 이내에 대선 공고를 하고,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올 대선에는 재선을 노리던 카친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하원의장(시민강령), 예지 슈마이진스키 하원 부의장(민주좌파동맹)이 출마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비행기 사고로 대통령과 하원 부의장이 숨지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인 코모로프스키 하원의장이 유력한 후보로 남게 됐으며, 숨진 카친스키 대통령의 쌍둥이 동생인 야로스와프의 대타 출마 여부도 주목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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