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현장 잔해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한 다음날인 11일 러시아의 긴급구조팀이 사고 현장에서 투폴레프(Tu)-154 비행기의 잔해를 검사하고 있다. 스몰렌스크/AFP 연합뉴스
[폴란드 대통령 비행기 참사]
1940년 소련, ‘카틴숲’서 폴란드인 대학살
1943년 학살추궁 정부수반 비행기 추락사
2010년 추모행사 가는 길에 대통령 사망
1940년 소련, ‘카틴숲’서 폴란드인 대학살
1943년 학살추궁 정부수반 비행기 추락사
2010년 추모행사 가는 길에 대통령 사망
폴란드가 70년 전 카틴숲의 망령에 또한번 울었다.
레흐 카친스키(60) 폴란드 대통령 일행을 태운 전용기가 10일(현지시각) 카틴숲 학살 70돌 추모식을 위해 인근 스몰렌스크 공군비행장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해 대표단 88명을 포함해 96명이 모두 숨졌다. 공교롭게도 카틴숲 학살현장 인근에서 발생한 또다른 국가적 참사에 폴란드인들은 비통한 심정을 가누지 못했다.
현장에서 수습된 카친스키 대통령의 유해는 사고 발생 하루만인 11일 특별수송기 편으로 바르샤바로 공수돼 대통령궁에 임시 안치됐다. 장례 일자와 절차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항에서 바르샤바 도심의 대통령궁에 이르는 도로변에는 수십만명의 바르샤바 시민들이 도열해 운구 행렬을 지켜봤다. 폴란드 정부는 1주일간 애도주간을 선포하고, 11일 정오를 기해 교회의 종과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2분동안 전국적인 묵념 의식을 거행했다.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전 대통령은 “저주받은 곳에서 벌어진 끔찍한 상징적 사건”이라며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카틴숲 학살은 1940년 4월 스탈린의 지시를 받은 소련의 비밀경찰들이 1년 전 독-소 불가침조약 직후 폴란드를 침공해 포로로 잡은 폴란드군 장교와 지식인 등 2만2000여명을 집단학살해 암매장한 사건이다. 이번 참사를 접한 폴란드인들은 1943년 폴란드 망명정부의 수반인 브와디스와프 시코르스키 장군이 영국군에 참가한 폴란드군을 격려하고 돌아오다 지브롤터해협에서 비행기 추락사한 의문의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 사고는 카틴숲 학살현장이 발견된 지 석달 만에 발생했다. 시코르스키는 당시 소련군의 책임을 추궁했지만, 스탈린은 이를 극구 부인했다. 영국은 시코르스키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라고 했지만, 폴란드인들은 영국과 러시아가 배후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카틴 대학살의 망령은 이번 사고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러시아는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참석해 카틴숲에서 열린 공식 추모식에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초청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평소 반러·친미적인 카친스키 대통령은 초청하지 않았다. 카친스키는 이날 별도의 추모행사를 강행하려고 학살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카틴숲으로 가던 길이었다. 폴란드인들은 옛소련은 물론이고 러시아 정부가 그동안 카틴 대학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점에 분개한다. 국가 지도부를 잃은 두차례 비행기 추락사건이 카틴 대학살과 관련된 역사적 우연에 폴란드인들의 슬픔은 더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깊은 애도를 표하며 푸틴 총리를 사고조사위원장으로 임명해 현장에 급파하는 등 비상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도 12일을 애도일로 선포했다.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잦은 침공과 지배에 대한 역사적 구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두 나라가 역사적 구원에 새로운 악연을 덧붙일지, 아니면 새로운 양국관계로 재출발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카틴숲 학살은 1940년 4월 스탈린의 지시를 받은 소련의 비밀경찰들이 1년 전 독-소 불가침조약 직후 폴란드를 침공해 포로로 잡은 폴란드군 장교와 지식인 등 2만2000여명을 집단학살해 암매장한 사건이다. 이번 참사를 접한 폴란드인들은 1943년 폴란드 망명정부의 수반인 브와디스와프 시코르스키 장군이 영국군에 참가한 폴란드군을 격려하고 돌아오다 지브롤터해협에서 비행기 추락사한 의문의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 사고는 카틴숲 학살현장이 발견된 지 석달 만에 발생했다. 시코르스키는 당시 소련군의 책임을 추궁했지만, 스탈린은 이를 극구 부인했다. 영국은 시코르스키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라고 했지만, 폴란드인들은 영국과 러시아가 배후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레흐 카친스키(60) 폴란드 대통령 일행을 태운 전용기가 10일(현지시각) 카틴숲 학살 70돌 추모식을 위해 인근 스몰렌스크 공군비행장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해 대표단 88명을 포함해 96명이 모두 숨졌다는 비보가 전해진 직후부터 바르샤바 중심가의 대통령궁 앞은 수천명의 애도 인파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내려놓은 추모 촛불과 꽃들로 뒤덮였다. 11일 사고현장에서 수습된 카친스키의 유해는 긴급 공수돼 대통령궁에 임시안치됐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카틴 대학살의 망령은 이번 사고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러시아는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참석해 카틴숲에서 열린 공식 추모식에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초청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평소 반러·친미적인 카친스키 대통령은 초청하지 않았다. 카친스키는 이날 별도의 추모행사를 강행하려고 학살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카틴숲으로 가던 길이었다. 폴란드인들은 옛소련은 물론이고 러시아 정부가 그동안 카틴 대학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점에 분개한다. 국가 지도부를 잃은 두차례 비행기 추락사건이 카틴 대학살과 관련된 역사적 우연에 폴란드인들의 슬픔은 더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깊은 애도를 표하며 푸틴 총리를 사고조사위원장으로 임명해 현장에 급파하는 등 비상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도 12일을 애도일로 선포했다.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잦은 침공과 지배에 대한 역사적 구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두 나라가 역사적 구원에 새로운 악연을 덧붙일지, 아니면 새로운 양국관계로 재출발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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