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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폴란드의 눈, 대통령의 쌍둥이 형에게로

등록 2010-04-12 20:28수정 2010-04-13 08:19

<b>딸과 형의 눈물</b> 항공기 추락사고로 숨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주검이 11일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해, 딸 마르타와 쌍둥이 형제 야로스와프 전 총리가 비통하게 맞고 있다. 바르샤바/AFP 연합뉴스
딸과 형의 눈물 항공기 추락사고로 숨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주검이 11일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해, 딸 마르타와 쌍둥이 형제 야로스와프 전 총리가 비통하게 맞고 있다. 바르샤바/AFP 연합뉴스
전임총리로 보수개혁 펼쳐…대선 출마 여부 관심
폴란드엔 12일 아침 슬픔의 안개가 자욱히 내려앉았다. 학교와 직장을 향하던 바르샤바 시민들은 먼저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걸린 대통령궁 앞에 발길을 멈추고 눈물을 쏟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러시아의 모든 신문이 추모의 뜻으로 이날 1면을 흑백으로 발행하는 등 국제사회의 애도도 쏟아졌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전 총리의 슬픔의 깊이엔 견줄수 없었을 것이다.

11일 오후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 비행기 추락사고로 주검이 돼 돌아온 쌍둥이 동생의 관 앞에서 야로스와프는 할 말을 잃었다. 아버지를 잃은 조카딸 마르타에 이어 무릎을 꿇었다가 성호를 긋고 일어서기까지 짧은 시간, 형제가 함께해온 수십년 영욕의 세월이 스쳐갔다. 야로스와프에게 동생 레흐는 단순한 혈육이 아니라 믿음직한 정치적 동지였고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해온 동반자였다.

바르샤바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카친스키 형제는 12살 때 어린이영화 <달을 훔친 두 사람>에 함께 출연하면서 일찌감치 폴란드인들의 인기를 얻었다. 둘 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1970~80년대에는 그단스크에 본부를 둔 ‘연대노조’에서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과 반공반소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다. 형제는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할 당시 폴란드 공산당 정부와 연대노조의 권력분점 협상장에도 나란히 앉았다. 이듬해 레흐가 바웬사 정부에서 보안장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래 법무장관, 바르샤바 시장을 거쳐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야로스와프는 동생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다.

야로스와프는 앞서 2001년 강력한 민족주의 성향과 보수적 가치를 표방한 법과정의당 창당을 동생과 함께 주도했다. 특히 2006년 7월 당시 총리가 사임하자 총리직에 오른 야로스와프는 이후 16개월간 대통령인 동생과 함께 옛 공산 집권세력의 정치적 숙청을 강행하는 등 강력한 보수개혁 정책을 펼쳤다.

올해 대선에 다시 출마하려던 동생이 숨짐에 따라 이제 눈길은 야로스와프에게 쏠리고 있다. 아직 정치일정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폴란드 사회학자 크리스티나 이글리츠카는 “대통령 사망 이후 분출하는 폴란드 국민들의 슬픔에는 그에 대한 죄책감과 비판적 태도에 대한 후회가 복합돼 있으며, 그런 감정이 향후 법과정의당의 미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란드 정부는 13일부터 17일 장례식까지 대통령궁에서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의 관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12일 사고현장에서 신원이 확인된 부인 마리아가 그와 합장될 예정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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