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6.12 16:57 수정 : 2005.06.12 16:57

유럽 곳곳에서 성매매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성매매가 법적으로 허용된 벨기에의 사창가. <한겨레> 자료



“종사여성 권익보호”

“처우개선 실효없다”

최근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성매매가 잇따라 합법화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금지가 불가능하다면 이를 허용해 종사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게 합법화의 근거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쾰른시와 도르트문트시는 내년 6월 독일월드컵 기간에 아예 이동식 매춘용 오두막을 지어 돈벌이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종사 여성의 인권 향상에 실효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다시 불법화 요구 들끊는 독일=성매매를 합법화시킨 지 2년이 지난 독일에선 당시 합법화의 명분이 됐던 ‘인신매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성매매를 다시 불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달 펴낸 보고서 ‘독일에서의 인신매매와 노동착취’를 보면, 독일에선 약 1만5000여명이 ‘노예 상태’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3분의 2가 성매매 종사 여성이다. 이들 대부분이 동유럽 등지에서 ‘좋은 일자리를 주겠다’는 말에 꾀이거나 인신매매로 독일에 건너와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독일 경찰은 매년 1000여명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성매매 종사 여성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법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베를린성매매센터는 “성매매 여성과 알선업자가 공정한 계약을 맺고, 여성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예상했으나 법안에 구멍이 많아 전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스웨덴 모델 도입을 주장했다. 스웨덴은 성매매 여성은 보호하고 성구매 남성과 알선업자만 처벌하는 법 규제로 여성단체들에겐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못 없애면 양성화” 범죄근절 등 명분
그리스 등 잇단 합법화
2006년 월드컵 ‘영업’ 대목
정부 성매매 알선 물의


합법화뒤 인신매매 여전
자발적 종사자 드물어
합법화는 ‘학대’ 합법화
이익으로 ‘악’ 정당화 노동계와 여성계 충돌

게다가 최근 독일 정부가 여성 실업자에게 ‘성매매 일자리’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실업급여를 중단하려 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불법화 여론에 불을 질렀다. 정보기술자 출신인 한 여성은 지난 1월 정부 산하 실업자 대상 직업소개소가 제안한 성매매를 거부했다가 소개소로부터 ‘실업급여가 끊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여론은 아무리 합법화됐다고 하지만, 정부가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알선하려 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공창제 시범지역 지켜보는 벨기에=벨기에 정부는 전국적인 성매매 합법화에 앞서 2001년부터 항구도시 앤트워프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공창제를 운영중이다. 하지만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벨기에 정부는 성매매 업계에 만연한 범죄를 소탕하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공창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앤트워프에 있는 성매매 업소들은 입구엔 지문인식기를 설치해 드나드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시설도 호텔 수준으로 만들어 위생을 강화하는 등 종사 여성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있다.

벨기에 정부는 공창제 도입 이후 이 지역에서 마약, 인신매매, 성폭행, 살인 등의 범죄가 44% 줄어들었고, 앤트워프시 정부 세수도 80만달러(약 8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앤트워프에서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한 여성은 “처음엔 ‘빅 브라더’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찜찜했고 사람들도 앤트워프가 나라에서 인정하는 거대한 핌프(포주)가 됐다고 비난해 걱정했으나 우리가 처한 현실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며 합법화를 옹호했다. 반면, 이 나라 여성계와 일부 의원들은 “법으로 얻는 이익이 있다고 해도 ‘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앤트워프는 여성을 정육점 육고기로 취급하는 섹스 공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노조가 합법화 요구하는 스페인=스페인에선 최대 노조의 하나인 ‘노동자 위원회’가 최근 성매매 합법화를 요구하고 나서, 여성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성산업에서의 노동자 권리’ 토론회에서 노동자 위원회 대변인 카르멘 브라보는 “성매매 여성들이 비참한 노예 상태로 일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권리 보호 차원에서 합법화를 주장했다. 스페인에는 현재 약 40만여명의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중 2%만이 이 나라 여성이고, 나머지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인신매매 등으로 건너온 외국 여성들이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성매매란 성적 학대이자 폭력”이라며 “성매매 합법화는 성적 학대를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이들은 또 성매매 여성의 5%만이 자발적인 종사자이고 나머지는 강제로 당하고 있다는 통계를 들이밀며 불법화 및 스웨덴 모델을 따를 것을 주장했다.

집권당인 좌파 사회노동당은 여성단체와 노동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어느 쪽으로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한다.

간호사들이 합법화 요구하는 영국=영국에선 최근 간호사들이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왕립간호대학이 주최한 연례회의에서 간호사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해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며 합법화를 요구했다. 이미 영국 정부는 지난해 성매매 합법화와 관련된 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켰기 때문에 이런 요구는 합법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하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여성계에선 스웨덴 모델을 요구하며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의회도 일부 시범지역에서의 합법화 도입을 논의 중이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