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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진지한 추모에 폴란드인 마음 녹을까

등록 2010-04-13 20:49수정 2010-04-13 21:26

러시아 ‘애도의 날’ 선포…‘카틴숲 학살’ 영화도 방영
러시아는 매년 4월 12일을 ‘우주인의 날’로 자축하며 기념한다. 1961년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지구궤도 비행에 성공한 날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올해 이 날을 지난 10일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폴란드 지도자들을 추모하는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거리엔 조기들이 내걸렸고, 스몰렌스크 참사 현장과 모스크바 주재 폴란드 대사관 앞은 꽃과 촛불로 뒤덮였다.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일행이 2차 대전 당시 옛소련의 카틴숲 학살 추모행사에 참석하려다 참사를 겪자 러시아는 잔뜩 긴장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더욱 꼬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는 달리, 러시아의 진지한 추모 분위기가 양국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3일 “러시아 정관계와 시민사회에서 분출하는 연민의 정은 양국간 불신을 지우는데 어떠한 외교보다도 더 큰 구실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주러 폴란드 대사관에 비치된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의 영정사진 앞에 장미꽃을 놓은 뒤 조문록에 “(폴란드 정관계의) 인명 손실은 메울 수 없는 빈 자리를 남겼다. 우리는 비통한 심정을 폴란드인과 함께 한다”고 썼다. 앞서 10일 사고 직후 현장으로 달려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껴안고 어깨를 토닥였다. 평소 ‘터프 가이’ 이미지와는 딴 모습이었다.

러시아 언론도 애도 물결이다. 정부 기관지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이번 사고를 “우리 모두의 슬픔”이라고 표현했고, 정부 비판지 <노바야 가제타>는 폴란드어로 “우리가 당신들과 함께 있습니다”라고 위로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숨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준비했던 카틴숲 학살 70돌 추모사를 보도했고,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방송은 이례적으로 최근 10일새 두 차례나 카틴숲 학살을 다룬 영화를 방영했다.

폴란드 정치권도 이번 사고 이후 러시아 쪽의 깊은 애도와 희생자 유가족 배려 등 사고수습 태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전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12일 자국의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적 돌파구는 모르겠지만, 이미 정서적 돌파구는 마련됐다”고 말했다. 폴란드 유력일간 <가제타 비보르차>도 12일 사설에서 “만일 두 나라가 지금 서로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언제 용서할 수 있을까. 지금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관계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참사 나흘째를 맞은 13일에도 폴란드 바르샤바의 대통령궁 주변은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흰색 꽃을 들고 몰려드는 조문행렬로 거대한 촛불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앞서 12일 대통령 권한대행인 보르니슬라프 코모로프스키 하원의장은 내각의 주요 공백을 채웠다고 공식 발표하는 등 국가 기능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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