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 유럽 현장보고]
요며칠 유럽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말은 “여행지에서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한다”는 내용이다.
스웨덴에서 유학 중인 이애리(26)씨는 부활절 휴가를 보내러 이달 초 터키에 갔다. 2주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지난 17일 스웨덴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항공사에서 비행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언제쯤 돌아갈수 있냐고 물으니 일단 21일까지는 불가능하단다. 20일 예정됐던 중요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것도 낭패였지만, 이젠 항공 운항이 재개될 때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터키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행 경비도 바닥났는데 기약 없는 출발일까지 어떻게 잠자리와 식사비용을 감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런던에 있는 장윤경(32)씨도 큰 맘 먹고 스웨덴 여행을 갈 참이었으나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 대다수 국가들의 항공편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항공사 상담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런 혼란은 처음”이라며 “4월 말까지는 정상 운항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기차를 예약하려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화산폭발로 기차 탑승 수요가 늘어나 이번 주말까지는 표가 없으며 예약이 확정되지 않은 승객은 가까운 역을 직접 방문해 상담하라는 공지가 떴다. 런던에서 파리까지 도버해협을 건너는 열차요금만도 런던-스톡홀름 직항 항공권보다 다섯 배나 비쌌다. 장씨는 결국 스웨덴 여행을 다음달로 미뤘다.
웁살라/ 하수정 통신원 hasoo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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