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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공정한 영국” 깃발 든 자민당, 양당체제 깰까

등록 2010-04-21 22:31

첫 텔레비전 토론 다음날인 지난 16일 워링턴 럭비클럽을 방문한 닉 클레그 영국 자유민주당 당수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답변하고 있다.   워링턴/AP 연합뉴스
첫 텔레비전 토론 다음날인 지난 16일 워링턴 럭비클럽을 방문한 닉 클레그 영국 자유민주당 당수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답변하고 있다. 워링턴/AP 연합뉴스
‘공정한 세금’ 공약 등 젊은층 끌어들여 1당 넘봐
이라크 파병 등 비판하며 노동당과 차별화 주력
영국의 제2야당 자유민주당이 다음달 6일 총선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며, 자민당이 바꿔놓을 영국의 정치지형과 정책의 향방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자민당은 단독과반 정당이 없는 ‘헝(hung) 의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서 내각 구성권을 갖는 원내 제1당을 넘보고 있다.

자민당은 자유주의적 진보 성향으로 보수당보다 노동당에 이념적으로 더 가깝다고 여겨졌지만, 클레그 당수는 이제 중도좌파 노동당과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클레그 당수는 20일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정치개혁을 막은 자포자기식 정치인이어서 신뢰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빈스 케이블 자민당 대변인도 이날 <비비시>(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노동당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노동당의 “지나치게 중도편향적인 공공정책, 시민적 자유권 무시, 이라크 전쟁 개입” 등을 문제 삼았다. 노동당과의 연정 구성 가능성을 부인하고, 강력한 집권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자민당이 집권할 경우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정부로 이어진 영국의 일방적 친미 노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자민당은 1988년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이 7년간의 선거동맹 끝에 합당해 탄생했다. 복지국가 모델사회적 자유주의, 시민 자유권,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한 진보적 조세 정책을 선호한다. 사민당은 좌파 노동당에서 갈라져 나왔고, 자유당은 왕정반대 그룹인 휘그당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물론 아직 자민당이 영국의 제1당으로서 정책적 능력을 갖췄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아직까진 닉 클레그(43) 자민당 당수의 인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5일 영국 총선사상 첫 여야 3당 당수의 텔레비전 토론 직후 일간 <더 타임스>의 여론조사에서 클레그는 72%라는 압도적 지지로 이변을 예고했다. 1945년 당시 윈스턴 처칠의 지지율 83% 이후 전례 없는 기록이다. 집권 노동당 당수인 고든 브라운 총리의 중량감도, 13년만의 정권 교체를 벼르는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의 야심찬 도전도, 젊고 말쑥하며 신선한 샛별 정치인 앞에서 빛을 잃고 있다. 유권자들은 클레그 당수에게 ‘제2의 처칠’, ‘작은 오바마’, ‘영국의 체 게바라’ 같은 별명을 붙여주었다.

클레그의 인기는 젊은층의 투표 참여 의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정당 지지도도 20일 <가디언> 조사에서 보수당(33%)에 이어 30%로 2위에 올랐다. 노동당은 28%로 1983년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 3위 정당으로 전락했다. 앞서 1차 텔레비전 토론회 직후 일간 <더 메일>의 여론조사에서는 자민당이 지지율 32%로 보수당(31%)과 노동당(28%)을 제치고 창당 이래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클레그 당수는 1967년 영국 중남부 버킹햄셔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공부했다. 모국어인 영어를 비롯해 독일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스페인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1999년 지방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유럽의회 의원을 거쳐 2005년 총선에서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했으며, 2007년 당내 경선에서 마흔살 나이로 당수에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부계는 러시아, 모계는 독일계 혈통을 이어받았다. 고조부가 제정러시아 검찰총장을 지냈고 아버지는 유나이티드 트러스트 뱅크 은행장이다.

이제 관심은 22일과 29일 2·3차 텔레비전 토론회에 쏠리고 있다. 여기서도 클레그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노동당-보수당 양당 체제가 붕괴된 영국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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