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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 주변 공세 강화…고개드는 ‘제국의 꿈’

등록 2010-04-25 18:55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키르기스 사태 발빠른 대응…그루지야도 압박
주변국과 관세동맹·방위협정 맺고 재통합 노려
지난 7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제2의 튤립혁명’이 발생한 직후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나라는 러시아다. 8일 로자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수반의 전화를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과도정부에 대한 지지를 밝혔고 14일엔 5000만달러의 원조·차관을 약속하며 추가 원조 의사도 밝혔다. 5~6년 전 옛소련권에서 발생한 친서방적인 색깔혁명 발생 때와는 정반대 행보다.

<아시아 타임스>는 키르기스의 반정부 시위 당시 러시아 정보기관원들의 활동이 목격됐고, 유혈충돌 발생 직후엔 키르기스의 군·정보기관이 과도정부를 지지하도록 설득활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키르기스 내 5개 군기지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과도정부 출범 직후 150명의 공수부대를 파견했다. 러시아가 이번 사태의 배후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키르기스는 지정학적으로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 과격세력 진출의 통로가 되는데다 미국에 중앙아시아 유일의 공군기지를 임대해주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는 키르기스의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당시 대통령에게 미군기지 폐쇄 조건으로 20억달러 원조를 약속했다. 그러나 바키예프는 임대료를 3배 인상해준 미국에 기지 임대를 계속하기로 태도를 바꿔, 이미 4억달러를 지원한 러시아의 분노를 샀다. 2005년 러시아의 압박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카나바드 공군기지가 폐쇄된 이후 키르기스의 마나스 공군기지는 미군의 아프간 작전을 위한 중앙아 유일의 공수기지다.

키르기스 사태는 러시아의 부활과 옛소련권인 주변국들에 대한 공세적인 영향력 확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은 러시아는 한때 종이호랑이였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장 이후 석유·가스값 상승을 무기로 옛소련권과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복원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 회복은 올 들어 더욱 두드러진다. 1월1일부터 벨라루스, 카자흐스탄과 각각 재통합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관세동맹을 발효시켰다. 지난 2월엔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이 수립되며 2004년 친서방적인 오렌지 혁명의 종언이 공식 선언됐다. 오렌지 혁명 이후 단속적인 석유·가스 공급 중단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를 동원한 전방위 압박의 결과다.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친러 정부는 21일 2017년으로 예정됐던 러시아 흑해함대 철수 시한을 25년 뒤인 2042년으로 연장하기로 하고 러시아산 가스를 우대가격으로 구매하는 데 합의했다.

장미혁명으로 친서방 정권이 수립된 그루지야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2008년 그루지야를 침공했던 러시아는 최근 들어 그루지야 내 분리주의 친러 자치공화국인 압하스공화국 및 남오세티야와 각각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친러적인 야당 인사들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친미적인 정부에 대한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주도로 2002년 창설돼 유명무실했던 집단안보기구(CSTO)가 지난해 나토식의 신속대응군을 창설하고 카자흐에서 집단훈련을 통해 대대적인 화력시범을 보인 것도 이런 공세의 일환이다. 러시아는 여기에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아르메니아 등 6개국을 끌어들였다. 70년 전 카틴숲 대학살 등 역사적으로 갈등을 겪어온 동유럽의 대표적인 친서방 국가인 폴란드와의 관계 개선도 서쪽 변경을 안정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야누시 부가이스키는 옛소련권에서 ‘특권적 이익권’을 설정해 러시아의 우위를 확보함과 동시에 미국의 지구적 영향력을 축소하고, 나토와 유럽연합의 동진을 막으려는 러시아의 최근 움직임을 “실용주의적 재제국화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외교가 이라크, 아프간전과 이란 핵 문제에 발목잡히고, 유럽은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제환경은 러시아의 유라시아 대륙의 옛소련권에 대한 영향력 확대의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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