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을 닷새 앞둔 1일(현지시각), 기성 정당 정치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런던의 의사당 앞에서 상징적으로 빅벤을 처형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기존 양당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36년만에 첫 연립정부 구성이 예상된다. 런던/AP 연합뉴스
자민당 ‘열풍’…과반정당 없어 연정 불가피
보수·노동당 1위 관측도…언론 “예측 불가”
보수·노동당 1위 관측도…언론 “예측 불가”
[영국 총선 3일 앞으로] 현지 분위기 오는 6일(현지시각) 영국 총선에선 1974년 이후 처음으로 절대 다수당이 없어 연립정부가 구성되는 헝(hung) 의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80년대 보수당 장기집권을 지나 90년대 말 젊은 토니 블레어와 노동당을 선택했던 영국인들에게 양당은 이제 ‘기성 정치’라는 한묶음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동당의 우경화가 배경 가운데 하나지만, 서구 의회정치의 상징이던 영국에서 양당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기존 좌·우 또는 진보·보수라는 정치 구도의 유효성에도 의문을 던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가디언>은 이번 총선이 “최근 수십년 가운데 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라며 “분명한 점은 유권자들이 변화에 목말랐다는 것”이라고 2일 지적했다. 영국 런던 북서부에 인접한 워트포드(Watford)는 지난 1세기 동안 집권당이 바뀌는 중요한 선거 때마다 집권당을 선택해 선거의 향방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최근 노동-보수-자유민주당 3당 간 최대 격전지가 된 이곳에서 1일(현지시각) 만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13년간 집권한 노동당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평생 노동당을 지지했다는 거민스 마커(52)는 “고든 브라운이 이끄는 노동당이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직장이 불안하다. 지금 영국인들은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쇄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지난해 2월 실직한 그는 “‘헝 의회’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이스라 샤(42)는 경기침체와 함께 이라크전 참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서 우리 젊은이가 250명 넘게 죽었다”며 “왜 멀리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에 우리가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느냐”고 말했다. 여성 중소기업 경영자인 소어스 질(43)은 지난 선거 때는 노동당을 찍었지만 이번엔 보수당과 자민당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노동당이 돈을 너무 헤프게 쓰고 나서 세금을 인상한다”며 증세 정책에 반감을 나타냈다.
영국 총선 마지막 티브이 토론이 열렸던 지난 29일(현지시각) 케임브리지 시내의 한 술집에서 유권자들이 3당 지도자들의 토론을 유심히 듣고 있다. 케임브리지/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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