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총선 막판까지 접전
과반정당 없으면 브라운 총리에 조각권
연립정부 싸고 정당간 짝짓기 치열할듯
과반정당 없으면 브라운 총리에 조각권
연립정부 싸고 정당간 짝짓기 치열할듯
6일 치러진 영국 총선은 투표 당일까지도 짙은 안갯속이었다. 역대 영국 총선 중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 중 하나가 되어버린 선거날 아침이 밝자, 영국 유권자들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투표소로 향했다.
이번 총선에선 4400만명의 등록유권자들이 전체의석 650석 중 649개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1명씩을 가린다. 1곳은 후보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투표일이 미뤄졌다. 여론조사기관들이 6일 마지막으로 발표한 정당 지지율만 보면 보수당의 우세 분위기가 확연하다. 보수당은 노동당 및 자유민주당과의 격차를 최고 9%포인트까지 벌리며 선두를 달렸다. 보수표가 막판에 대거 결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예상 의석수에선 집권 노동당과 제1야당 보수당이 최다의석 확보를 놓고 경합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인 컴레스는 294석 대 248석, 아이시엠(ICM)은 285석 대 258석으로 보수당의 승리를 점쳤다. 반면 해리스는 노동당 272석 대 보수당 270석으로 집권당의 신승을 예상했다. 자유민주당은 돌풍에도 불구하고 정작 의석수는 80석 안팎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영국인의 관심은 앞으로의 연정 구도 향방을 좌우할 주요 3당의 의석수에 쏠렸다. 그러나 이제는 차기 정부의 구성 방식과 연정을 위한 정당간 짝짓기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영국 헌법은 정치행위와 과정을 일일이 명문화하지 않은 불문법이어서 선거 이후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영국은 대다수 의원내각제 국가들과 달리, 총선에서 과반의석 정당이 없을 경우 제1당이 아닌 집권당에 먼저 연정구성권을 주는 관례를 유지해왔다. 실제로 이번 선거 결과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나오지 않을 경우, 고든 브라운 총리는 오는 25일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차기 정부의 조각 우선권자를 지명하는 연설을 하기 전까지 보름 이상의 시간 여유를 갖게 된다. 노동당으로선 과반의석까진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한 뒤, 그것을 밑천 삼아 자민당을 끌어들여야 재집권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브라운 총리가 연정 주도권을 행사할 만한 힘이 없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헌법 전문가인 영국의 개빈 밀러는 5일 <에이피>(AP) 통신에 “브라운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해 사임하면 여왕이 다음 조각권자를 지명하게 되는데, 그 당사자는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조각권자마저도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여왕이 의회를 해산해 다시 총선을 치르게 된다. 영국은 1974년 2월 총선에서 과반의석 정당이 안 나오고 연정 구성에도 실패하자, 의회 해산 뒤 10월에 실시한 2차 총선에서 노동당이 1석을 갓 넘긴 과반의석으로 집권한 전례가 있다. 이번 선거 결과의 윤곽은 밤샘 개표를 거쳐 한국 시각으로 7일 정오 즈음에 드러날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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