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43) 당수
의료·환경·육아 이슈화…즉흥적 실용주의 거부감도
캐머런 당수의 힘과 한계 영국 보수당이 13년 노동당 집권을 끝장내기엔 3%의 의석이 부족했다. 보수당은 6일(현지시각)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과반수(326석)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우선적 조각권을 현직 총리인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에게 넘겨줬다. 데이비드 캐머런(43·사진) 당수는 “노동당 정부가 영국을 통치할 권한을 상실했다”고 선거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영국민들은 보수당에게도 13년만의 정권교체라는 확실한 위임장을 건네주지 않았다. 보수당의 승리는 노동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경제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지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거릿 대처 전 총리로 상징되는 강경보수 강경 이미지를 캐머런 색깔의 중도 보수로 바꾼 점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보수당이 2005년 총선까지 내리 3연속 패배한 뒤 캐머런이 혜성처럼 등장해 39살의 나이에 당수에 뽑혔을 때만 해도 집권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하지만 오늘의 젊은 보수당으로의 변신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2월 뇌성마비와 간질을 앓았던 맏아들 아이반을 잃었던 경험을 자주 인용하며 영국의 전국민의료보험체계에 대한 지지를 밝히는 등 보수당이 전통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환경, 육아, 삶의 질, 복지 등을 이슈화했다. 하지만 캐머런표 보수당의 물갈이가 영국민 다수에게 완전히 신뢰를 주진 못했다는 게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 캐머런은 정력적이고 달변의 정치인으로 꼽히지만, 빠른 두뇌회전에 상황에 따라 변하는 즉흥적 실용주의는 거부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데이비드 윌리엄 도널드 캐머런’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캐머런의 특권적 배경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부유한 증권거래인 가정에서 태어난 캐머런은 명문사립학교인 이튼스쿨을 거쳐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보수당 당직으로 직행했다. 자신을 ‘데이브’라고 불러달라며, 기네스맥주를 마시고 다트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드러내보이는가 하면, 자신의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당사로 출근하는 등 서민 취향적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방과 신발이 운전기사가 모는 자가용에 실려 배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캐머런으로선 총선 이후 의회에서 야당 당수로 남든, 운좋게 소수정부를 이끌게 되든 영국민들의 확실한 위임장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자로서의 정치적 능력을 더 보여줘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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