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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클레그 돌풍 왜 ‘찻잔속 태풍’ 됐나

등록 2010-05-07 21:01수정 2010-10-29 15:59

의석획득 51석 그쳐…소선거구제 탓 ‘사표’ 많아
“유권자들 격변보단 안정”…인지도 상승은 성과




영국총선 자민당의 명암

이번 영국 총선의 최대 이변 중 하나는 자유민주당의 영광과 그늘이다.

자민당은 영국 총선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텔레비전 토론과 유권자들의 변화 기대감을 타고 바람몰이를 했으나 완고한 양당체제와 현행 선거제도의 높은 벽 앞에서 눈물을 삼켰다. 선거 직전까지도 여론조사기관들은 자민당이 80~100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결과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전체 유권자의 23%로부터 지지를 얻었음에도 의석수는 54석으로, 종전보다 오히려 9석이나 줄었다. 최다득표자 1명만 뽑는 소선거구 제도가 자민당 지지표의 상당 부분을 사표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득표율이 자민당보다 불과 6.2%포인트 많은 29.2%를 얻은 노동당이 254석을 차지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자민당은 이번 총선의 향방을 안갯속으로 몰아간 최대의 ‘다크호스’였다. 닉 클레그(43) 자민당 당수는 지난달 15일 첫 텔레비전 토론 직후 일간 <더 타임스>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1%를 얻어,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22%)와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17%)를 압도했다. 클레그는 순식간에 ‘제2의 윈스턴 처칠’, ‘작은 오바마’, ‘영국의 체 게바라’ 같은 애칭을 얻으며 자민당 돌풍을 이끌었고, ‘클레그마니아’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자민당은 개표 뒤 “선거운동 기간의 돌풍을 실제 의석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클레그마니아들을 자민당 투표로 이끄는 데 실패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자민당은 더럼·뉴베리·길드퍼드 등 주요 전략지역에서 단 1석도 건지지 못했으며, 최고 중진급인 렘비트 오피크 의원도 보수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유권자들이 ‘헝 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풍문들을 확신해버린 것 같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전통적으로 양당체제를 선호해온 유권자들이 격변보단 안정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민당은 향후 연정 정국에서 보수당과 노동당 양쪽으로부터 극진한 구애를 받는 킹메이커로서 막강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선거를 통해 고착화된 양당체제에 균열을 낸 대안정당으로 깊은 인상을 새긴 것은 의석수보다 더 값진 성과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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