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자민당에 극적 ‘러브콜’ 보내
클레그 “협상 열릴 것” 화답
‘집권 눈앞’ 보수당 초비상
클레그 “협상 열릴 것” 화답
‘집권 눈앞’ 보수당 초비상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자유민주당과의 연정 협상 개시를 하루 앞둔 10일 ‘총리직 사임’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6일 총선에서 과반의석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를 낳은 영국의 정치 판도가 고빗사위로 치닫고 있다. <가디언>은 11일 “브라운 총리가 노동당과 자민당과의 연정 구성을 위해 총리직 사임을 제안함에 따라 영국의 정치 풍경이 밤새 바뀌었다”고 전했다. 브라운 총리는 전날 “자민당이 노동당 연정에 참여한다면 늦어도 9월 전당대회 이전에 총리와 당수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의 협상 요청에 적극 응답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라며 자신의 사퇴가 두 정당간 연정 협상의 길을 터주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동당 당수 1순위 후보였지만 1994년 젊은 토니 블레어에 밀려 2007년에야 총리 자리에 올랐던 자타가 공인하는 ‘재무통’ 브라운은, 경제난과 전 총리의 이라크 참전 등으로 불과 3년만에 스스로 걸어내려오게 됐다. <이코노미스트>의 한 블로거는 일본의 자살특공대인 ‘가미가제’에 빗대 “브라운 총리가 사임이라는 폭탄을 투하했다”고 표현했다. 자민당은 인기가 떨어진 브라운 총리의 사임으로 노동당 연정 참여에 따른 여론의 부담을 덜 수 있을뿐 아니라, 최대 숙원인 선거법 개정, 보수당의 정치적 무력화 등 다양한 실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클레그 자민당 당수는 “브라운 총리가 개인적으로 힘든 결단을 내렸다”며 “선입관 없는 연정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과 보수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카윈 존스 노동당 의원은 “브라운 총리의 사심없는 결정이 큰 울림을 낳고 있다”며 환영했다. 반면, 보수당은 집권을 눈 앞에 두고 비상이 걸렸다. 조나단 모건 보수당 의원은 “브라운 총리가 착각에 빠져있고 교만하며, 판타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보수 양당은 앞다퉈 선거법 개정을 제안하며 자민당에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노동당이 자민당에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해온 보수당은 10일 ‘대안 선거’ 시스템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마지막 제안’을 내놓으면서 자민당에 연정 참여를 촉구했다. 이제 공은 브라운 총리에서 클레그 당수로 넘어갔다. 자민당은 치솟는 몸값만큼이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비비시>(BBC)는 “자민당 지도부가 10일 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향후 진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