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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브라운 총리 ‘품위 있는 퇴장’

등록 2010-05-12 19:50수정 2010-10-29 15:23

“남편·아버지로서 새 직업 안고 간다” 퇴임 소감
막내린 노동당 13년 ‘경기침체’ ‘복지 개선’ 공과
고든 브라운(59) 영국 전 총리는 11일 저녁(현지시각) 2년10개월만에 총리공관인 다우닝가 10번지를 떠나며 “인생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직업을 떠나면서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첫번째 직업을 소중하게 안고 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불독’ ‘디지털시대의 아날로그 지도자’라는 이미지의 브라운이 밝힌 가장 인상적인 연설이었다. 브라운은 당수직도 함께 벗어던졌다.

<가디언>은 브라운에게 반대표를 던진 유권자들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나는 총리에 찬사를 보낼 것이라며 품위있고 감동적인 작별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운은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치생활을 접고 부인과 함께 자선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브라운의 퇴장으로 1997년 보수당의 18년 집권을 무너뜨린 ‘새로운 노동당 운동’의 시대도 마감됐다. 이른바 ‘제3의 물결’로 불렸던 노동당의 변신은 사회주의적 당 정책을 버리고 친기업적이고 친시장적인 우파정책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동당 집권기를 통해 영국은 금융부문의 붐과 정부 및 가계 지출 증가에 힘입어 전례없는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거품이 붕괴되면서 영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12%라는 선진국 최대 수준의 재정적자와 함께 전후 최대의 경기침체에 직면하게 됐다. 공공재정지출은 1997년 국내총생산 대비 39.9%에서 올해 48.1%로 늘었고, 노동생산성은 1997년에 비해 3.4% 하락했다.

하지만 긍정적 변화 또한 많았다. 범죄율이 1997년 대비 36% 감소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했던 전국민의료보험제도 등 공공서비스가 개선됐다. 북아일랜드의 평화협정이 결실을 맺었고,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자치권 확대, 중앙은행의 독립 보장 등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브라운은 1994년 블레어와 이면합의로 재무장관이자, 2인자로서 10년을 인내한 끝에 선거 없이 총리직을 넘겨받았지만, 블레어가 남긴 유산은 브라운에게 모두 짐이 됐다. 가장 치명적 유산은 이라크전 참전으로, 노동당의 지지층인 전통 좌파가 떨어져 나가고 노동자들도 노동당이 더이상 자신들을 돌봐준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또다른 치명적 유산은 브라운파와 블레어파로 갈린 당 내분이었다. 브라운은 지난해 6월 지방의회와 유럽의회 선거 패배 이후 블레어파의 사퇴압력에 직면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닐 키녹 전 노동당 당수는 “정치에서 분열은 사형선고”라며 단합을 촉구하기도 했다. 블레어와 브라운이 떠난 노동당은 두 사람의 후광을 업은 파벌간의 당권싸움을 서둘러 끝내고 집안 결속을 다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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