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유럽 질주하는 우파, ‘왼쪽 깜빡이’ 켜다

등록 2010-05-13 19:24수정 2010-05-14 11:56

EU 27개국 중 20곳 보수…좌파정책 수용 잇따라
금융규제·조세정책 등 경제분야서 변화 두드러져
11일 영국 보수당 주도의 연정 탄생은 최근 유럽에서 몇년간 계속되어온 ‘우파 득세, 좌파 퇴조’ 흐름의 완결판이라 볼 수 있다. 2007년 프랑스 대선, 2008년 이탈리아 총선, 2009년 독일 총선과 유럽의회 선거에 이어 지난달 헝가리 총선까지 보수 정당들이 사실상 유럽을 장악했다. 이제 유럽연합(EU) 27개 국 중 좌파 정부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7곳으로 줄었다. 유럽 정치에서 좌우파의 정권교체가 일상적이긴 하지만, 유럽연합(EU) 15개국 중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12개국에서 좌파 정당이 단독 집권하고 2개국에서 연정에 참여했던 2000년과 비교하면, 한 시대가 끝났다는 지적도 나올만하다.

유럽에서 우파가 득세했다고 해서 유럽이 완전히 우경화됐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유럽 정당들의 실용적 색채가 짙어지면서 우파당들은 더 왼쪽으로, 좌파당들은 더 오른쪽으로 수렴해왔기 때문이다.

우파의 변신은 경제 분야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 이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보다 훨씬 강하게 카지노 자본주의를 비난하고 금융규제와 새로운 자본주의를 역설해왔다. 1980년대 ‘대처리즘’으로 상징됐던 ‘작은 정부’와 ‘시장 만능주의’는 이제 유럽에서 설 자리가 없다. 영국 보수당은 이번 연정협상에서 은행세 신설과 금융감독기구 설치에 합의했다. 상속세 기준금액 상향 조정을 포기하고 저소득층 소득세도 면제키로 했다. 좌파 정책에 가깝다.

영국 캐머런 총리의 승리는 사회 문제에까지 영역을 넓혀 미국보다 유럽적 가치관에 근접한 데 크게 힘 입었다. 캐머런 총리는 스스로 ‘블레어의 상속자’로 자칭했고 ‘온정적 보수주의자’라는 별칭을 얻을만큼 중도좌파적 가치를 과감히 수용했다. 몇년 전 동성애자 잡지와 인터뷰에선 “예수가 오늘 살아있다면 동성애자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한정숙 서울대 교수(서양사)는 10년 전 좌파당들의 대거 집권에 이어 최근 몇년새 우파당들이 대거 집권하는 흐름을 ‘국제적 동조 현상’으로 설명했다. 지역적, 역사적으로 비슷한 경험을 가진 나라들이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비슷한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복지국가’라는 개념이 합의에 이른 유럽에선 보수 정당들도 과거 기업가의 정당에서 중산층 국민정당으로 변신해왔다”며 “보수-사민 양대 세력이 중도에서 각각 좌나 우를 지향하며 번갈아 집권하면서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에선 우파 기민당 정부가 먼저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정착시켰으며, 스웨덴 우파도 사회복지 체계의 뼈대는 유지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독일과 프랑스의 우파정부는 파병에 소극적이거나 비판적 태도를 명확히 했다. 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신자유주의 경제의 전도사였던 영국 보수당도 지금은 젊은 총리와 자민당 연정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