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성앵커 “친정부 뉴스 더 못하겠다” 사퇴

뉴스 앵커 마리아 루이사 부시

국영 ‘라이1 TV’ 메인뉴스 앵커
베를루스코니 편향보도 반발

이탈리아 최고 여성 앵커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편향적인 뉴스에 반발해 전격 사퇴했다.

이탈리아 국영 <라이1>(Rai1) 텔레비전의 메인 저녁뉴스인 ‘티지1’(TG1) 뉴스 앵커 마리아 루이사 부시(사진)는 지난 주말 보도국의 편향성을 비판하는 편지를 사내 게시판에 붙이고 뉴스를 떠났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5일 전했다.

이탈리아 7개 지상파 텔레비전 가운데 3개사를 소유한 미디어재벌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국영방송 <라이1>의 고위임원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퇴한 부시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지난해 임명을 밀어붙인 ‘티지1’ 뉴스의 에디터 아우구스토 민조리니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조리니는 지난해 임명 이후 친정부 성향 뉴스로 비난받아왔다. 특히 지난 3월 지역선거를 앞두고 ‘티지1’ 뉴스는 방송감독 기구로부터 집권당에 유리한 보도를 하면서 야당에 대해서는 보도를 소홀히했다고 지적을 받아 벌금을 물기도 했다. 이 뉴스는 지난해 여름에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 참가한 성매매 여성들에게 한 기업가가 돈을 지불했다는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민조리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방탕한 생활을 다룬 토크쇼도 중단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조사받고 있다.

하지만 민조리니는 24일 “부시의 편지 내용에 한 줄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프로그램이 결코 편향적이지 않았고 모두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반박했다. <인디펜던트>는 “부시의 사퇴를 야당은 탁월한 직업정신이라고 치켜세운 반면 여당은 민조리니를 지지하는 등 이번 사태는 정치적으로 극단화된 이탈리아 텔레비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순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