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적 인물들 인수 막아 언론장악 시비 일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인사들의 <르몽드> 인수를 막으려고 나선 것으로 알려져 ‘프랑스판 언론 장악’ 시비가 다시 일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최근 재정난으로 인수자 물색에 나선 <르몽드>의 에리크 포토리노 발행인을 만났다고 11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포토리노 발행인이 사르코지 대통령이 패션업체 이브생로랑 공동창립자 피에르 베르제 등 유력 인수 후보 3명에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는 말을 동료들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르몽드> 인쇄공장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 융자를 보류할 수 있다는 압박도 가했다고 보도했다.
<르몽드>에 많게는 1억유로(약 1514억원)를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3명 중 베르제는 2007년 대선에서 사르코지 대통령과 맞붙은 세골렌 루아얄 전 사회당 후보의 오랜 재정 후원자다. 또 프랑스 라자드은행 최고경영자 마티외 피가스는 2012년 대선에 사회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자문역을 지냈다. ‘텔레콤 갑부’ 자비에 니엘도 사르코지 정권에서 제4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좌절됐고, 현 정부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인터넷 뉴스사이트에 투자하고 있다.
<르몽드>의 유력한 인수 후보 셋이 모두 사르코지 대통령과 악연이 있는 사람들이라 압박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토리노 발행인은 회동 사실을 확인해 주면서 “(<르몽드>가 창간한) 1944년 이후 언제나 정치적 관심이 존재해왔다. 권력은 항상 (<르몽드>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그로 인해 바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공영방송을 통폐합하고 사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도록 법을 고쳐 언론 장악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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