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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피의 일요일’ 영국 38년만에 공식 사과

등록 2010-06-16 21:09수정 2010-10-28 16:32

진상규명 ‘새빌 보고서’ 발간
캐머런 “결코 정당화 안돼”
‘무장폭도’ 묘사 옛보고서 폐기
북아일랜드인·유가족 “환영”
영 공수부대 총탄에 평화시위대 14명 숨진 북아일랜드의 아픔

“38년 전 그날 일어났던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 군의 일부가 잘못 행동했고, 정부는 군의 행동에 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정부를 대신해, 그리고 이 나라를 대신해 깊이 사과드린다.”

취임 한달째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5일 하원 연설에서 이른바 ‘피의 일요일 사건’에 대해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이 사건은 1972년 1월30일 영국군 공수부대가 평화적인 북아일랜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다. 당시 사건현장이었던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의 길드홀광장에 운집한 1만여명의 북아일랜드인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는 연설에서 총리가 지난 12년간 전면재조사의 결과물인 ‘새빌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환호했다. 일부 희생자 가족들은 희생자들을 무장폭도로 몰았던 당시 보고서를 찢어 던지면서 “드디어 진실이 햇빛을 보게 됐다”며 기뻐했다.

38년 전, 재판 없는 구금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1만여명의 북아일랜드 평화시위대를 향한 영국 공수부대의 발포로 숨진 14명 가운데 7명은 10대 청소년이었다. 북아일랜드 비폭력 인권운동은 이 사건을 계기로 북아일랜드 공화국군(IRA) 주도의 무장분리투쟁 쪽으로 방향이 바뀌게 됐다. 무장투쟁이 본격화되면서 당시 에드워드 히스 보수당 정부는 사건 발생 석달만인 1972년 3월 북아일랜드 의회 활동을 중지시키고 영국의 직접통치로 전환했다. 1998년 신구교도간 권력분점을 합의한 ‘굿프라이데이 평화협정’으로 북아일랜드에 평화가 찾아오기까지 폭탄테러와 총격전으로 36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영국 군·경도 1000여명이 죽었다.

이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는 평화협정에 따른 것으로, 1998년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조사 책임자로 최고법원 판사였던 새빌 경을 임명했다. 이날 총리의 사과는 정치일정 등의 이유로 지연됐던 새빌 보고서 발간에 맞춰 이뤄진 것이다. 12년 동안 1400여명의 증언을 청취하고 1억9500만파운드의 거금을 들여 작성된 10권에 달하는 5000여쪽의 보고서가 내린 결론은 당시 공수부대가 무고한 비무장 시민들에게 아무런 경고 없이 총격을 가했고, 많은 군인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사건이 정부나 군 고위급 차원의 무력 사용에 대한 계획 없이 현장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내용은 사상자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먼저 발포했다고 했던 1972년 당시 조사보고서인 ‘위저리 보고서’ 내용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캐머런 총리의 연설 직후 사건 당시 공수부대 여단장이었던 마이크 잭슨 경도 희생자들에게 사과했지만, 작전에 참여했던 일부 군인들은 변호사를 통해 “새빌 조사위가 선명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증거들을 선별했다”고 반발했다. 영국 <비비시>(BBC)방송은 북아일랜드 검찰이 영국법상 ‘불법살인’ 혐의에 대한 관련자 처벌을 위해 이 보고서의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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