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동출신과 학급분리 안돼” 판결에 일부 원칙주의 고집하며 시위
이스라엘이 초정통파 유대교인의 시위로 홍역을 앓고 있다.
‘아슈케나지(Ashkenazi)’라 불리는 유럽계 초정통파 유대교인 10만여명은 17일 검은 모자와 긴 코트 등 전통복장 차림으로 예루살렘과 브네이 브락 등에서 대법원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요르단강 서안의 임마누엘 정착촌에 사는 초정통파 유대교 부모 43쌍이 인근 여학교에서 자신들의 자녀를 ‘세파르디(Sephardi) ’로 불리는 중동·북아프리카계 유대교인 자녀와 같은 교실에서 공부시키라는 판결을 거부하자, 대법원이 16일까지 자녀들을 학교로 보내지 않으면 부모들을 17일부터 2주간 수감하도록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초정통파 부모들은 중동·북아프리카계 유대교인 자녀들의 신앙심이 깊지 않아 학급을 분리해 달라는 것 뿐인데, 법원이 종교생활에 개입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처럼 자녀들이 따로 공부하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은 이번 시위가 국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소수 종교집단의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전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초정통파 유대교 지도자들과 만나 자제를 촉구했으나 시위를 막지 못했다.
초정통파의 반발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초정통파 유대교 부모 35명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거부한 채 수감에 응했고, 나머지 부모 대다수는 아예 수감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한 초정통파 유대교 부모는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종교적 차이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며 “뜨거운 지지에 감사하며 기쁘게 감옥에 간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0%에 조금 못 미치는 약 65만명의 초정통파 유대교인들은 세속사회와 철저히 분리된 채 살아가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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