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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공주와 운동강사의 ‘백년가약’ 스웨덴 ‘러브스토리’에 빠지다

등록 2010-06-20 20:14수정 2010-10-28 16:13

‘8년 순애보’ 왕실 움직여
시골 청년, 왕족으로 합류
 “제게 왕자를 허락해주신 스웨덴 국민들께 고맙습니다. 이건 엄청난 경험이고, 지금껏 저희 생애에서 최고로 멋진 날이예요.”

 스웨덴 왕위 계승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32)가 19일 마침내 휘트니스센터 강사 출신의 다니엘 베스틀링(36)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을 처음 만난지 8년, 지난해 2월 약혼한 지 16개월 만이다. 빅토리아 공주는 적어도 이날만큼은 스웨덴 사상 4번째 여왕 예정자이기 앞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마냥 기쁘고 행복한 신부였다.

 1976년 이후 34년만의 스웨덴 왕실 결혼식에는 노르웨이·덴마크·네덜란드·영국·모나코 등 유럽 왕가는 물론이고 요르단 등 중동 및 일본 왕실 등 각국 외빈 12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고 스웨덴 영문 뉴스포털 <더 로컬>이 전했다. 빅토리아 공주는 스톡홀름 대성당에서 거행된 결혼식에서, 신랑신부가 함께 입장하는 전통을 거부하고 아버지이자 스웨덴 국왕인 칼 구스타프 16세의 팔짱을 끼고 입장할 것을 고집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구스타프 16세는 결국 딸과 함께 입장했다가 사위에게 인도했다.

 행운의 주인공인 새신랑 베스틀링에게는 ‘베스테르예틀란드의 공작, 다니엘 왕자’라는 작위와 칭호가 부여됐다. 다니엘의 이날 모습은 8년전 스웨덴 신문지면을 처음 장식했던 긴 머리에 꾀죄죄한 차림의 시골청년이 아니라 당당하고 깔끔한 차림의 왕자로 손색이 없었다. 못난 개구리가 아름다운 공주의 키스를 받고 멋진 왕자로 변신한다는 동화를 빚댄 ‘개구리 왕자’란 별칭과 주변의 시비를 훌훌 털고 명실상부한 왕실 가족이 된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새 신랑이 주례의 혼인서약 질문에 열정적인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했지만, 미소를 지으며 신부를 돌아보는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고 전했다.

 빅토리아와 다니엘의 사랑은 2002년 첫 만남부터 화제였다. 당시 우울증을 앓던 공주는 스톡홀름의 한 휘트니스 센터에 다니다가 이 곳 강사인 다니엘과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자 왕실은 발칵 뒤집혔다. 여왕이 될 공주와 시골 사투리를 쓰는 더벅머리 체육관 강사의 신분 차이는 너무나 컸다. 칼 구스타프 16세는 그들의 결합을 극구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왕위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딸의 순애보에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구스타프 16세는 결혼식 뒤 왕국에서 열린 만찬 연설에서 “나의 가장 큰 소망은 내 딸의 행복”이라며 세간의 부녀 ‘루머’를 일축한 뒤, “다니엘은 매우 야심차며 총명한 사업가”라고 사위를 추어올렸다. 이어 베스틀링은 빅토리아 공주가 외국 국빈방문 기간 중 자신에게 무려 30통의 연서를 보낸 일화를 소개하며 “개구리는 아니었지만 왕자는 더욱 아닌 한 청년이 빅토리아를 사랑했고, 하나가 된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해 빅토리아 공주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스웨덴은 이번 왕실 결혼에 즈음해 2주간의 음악축제를 포함한 ‘러브 스톡홀름 2010’ 행사를 마련하는 등 전국이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그러나 이번 결혼식의 독점 중계권을 가진 스웨덴 국영 <에스티브이>(SVT) 방송이 결혼식 장면의 영상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 데 항의해. <에이피>(AP), <아에프페>(AFP), <로이터> 등 세계 3대 뉴스통신사가 결혼식 취재·보도를 전면 거부하는 사태도 빚었다. <에스티브이> 쪽은 이들 뉴스통신사가 결혼식 영상을 유럽과 북미의 상업방송들에 즉각 보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짤막하게 편집된 영상만 48시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로이터>는 19일 성명을 내어 “이런 결정이 유감스럽지만, 언론 자유와 취재 권리를 지킬 책임이 있다”고 밝혔으며, <에이피>도 “영상 취재가 부당하게 제약되면 기사와 스틸사진 등 어떤 형태의 보도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실제로 이들 통신사들은 취재보도를 거부한 사실 말고는 결혼식과 관련한 일체의 보도도 내보내지 않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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