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관광지인 그리스의 미코노스섬. 여러개의 풍차가 줄지어 서있는 카토밀리 언덕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정우 기자 woo@hani.co.kr
재정위기로 에게해 섬 200여곳 매물로
에게해의 뜨거운 태양이 입맞춤하는 섬 6000여개 가운데 상당수가 매각 또는 장기임대 신세가 됐다. ‘조국’ 그리스의 채무 상환을 위해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 그리스가 세계적인 관광지인 미코노스섬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국유지를 내놓고 이 지역에 고급 관광단지를 조성할 매수자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고대 그리스 시대 해양교통 요충지였던 로도스섬은 중국과 러시아 등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변인은 부인했지만 첼시의 구단주인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재정악화로 위기에 몰렸던 올해 초, 그리스 지원에 회의적이었던 독일에서 “그리스는 유적부터 팔아라”는 말이 나올 때만 해도 발끈했던 그리스인들이지만, 지난달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이런 절박한 조처까지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름 관광시즌이 시작됐지만 23일 파업으로 섬을 오가는 페리의 발이 묶이는 등 그리스에선 가혹한 긴축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로선 ‘뭐든지 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디언>은 민간 소유의 섬 시세를 고려할 때 섬 매각 또는 장기임대가 그리스의 재원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섬 거래 중개 웹사이트(privateislandsonline.com)에는 이오니아해에 있는 넓이 5.0㎢의 나프시카섬이 1500만유로(약 225억원)에 올라와 있다. 다른 매물들은 200만유로 미만인데, 비치의자 하나 펴기도 쉽지 않은 작은 바위섬도 많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전체 6000여개 섬 중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섬은 유인도인 227개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인프라 건설과 치안 등 섬 개발 자본을 끌어들여 일자리와 세원을 발굴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마키스 페르디카리스 도서부동산 국장은 “국민의 소유인 섬을 휴양지로 팔아야 한다는 게 슬프다”면서도 “경제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위한 외국인 투자 유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철도와 상수도 서비스 매각도 검토중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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