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주류업체인 디아지오에서 위스키가 화폐와 다를 바 없는 ‘지위’를 얻었다.
조니워커 등을 생산하는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가 1일 퇴직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위스키 200만~250만배럴을 퇴직연금수탁조합에 맡기는 계약을 맺었다고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디아지오는 현재 8억6200만파운드(약 1조3197억원)의 퇴직연금 적자를 안고 있다.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자 15년간 4억3000만파운드어치의 위스키를 맡기고 연금 지급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퇴직자들에게 돈 대신 위스키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위스키가 일종의 담보로 제공되는 계약이다.
디아지오는 맥아를 원료로 만든 몰트 위스키와 곡물이 원료인 그레인 위스키를 퇴직연금수탁조합에 맡긴다. 세부계약에 따라 이 회사는 연간 2500만파운드의 수수료를 내고 3년간 숙성된 위스키를 내다 팔 수 있다. 15년 뒤에 남은 위스키는 디아지오가 되사기로 했다. 퇴직연금수탁조합에 제공된 위스키는 디아지오가 스코틀랜드에 보관하고 있는 양의 3분의 1가량이다.
영국에서는 퇴직자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 부담에 짓눌린 기업들이 자산을 퇴직연금수탁조합에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부동산과 주식, 헤지펀드 투자금을 내놓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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