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축구를 통한 사회통합이라는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월드컵 기간 내내 흑·적·황의 독일 삼색기가 도시 곳곳에 물결쳤는데, 특히 다국적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주민 출신이 많은 독일 국가대표팀을 이민자들이 열렬히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이주민이 대부분이어서 미용실, 빵집, 술집까지 거의 터키어나 아랍어 간판을 달고 있는 베를린 노이쾰른 지구의 존넨알레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이주민들이 독일 국기를 게양하고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단순한 스포츠 응원을 넘어섰다. 이 나라에 대한 책임감이 싹트고 있다”고 최근 논평했다. 다른 유수 언론들도 ‘통합’의 징조로 여겨 환영했다.
독일팀은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터키), 수비수 제롬 보아탱(가나), 제로니모 카카우(브라질) 등 이주민 2세대 선수들이 눈에 띄게 활약했다. 엄밀히 따지면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와 미로슬라프 클로제도 폴란드 출신이다.
레바논 출신의 이브라힘 바살(39)은 자신의 전자제품 가게건물에 길이 22m, 폭 5m의 대형 국기를 걸어 화제가 됐다.
그는 레바논 전쟁을 피해 16살 때 부모와 함께 독일로 와, 그의 가족에게 독일은 안전과 복지, 자유를 준 고마운 나라다. 바살은 주간 <디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벌써 수십년 동안 베를린에서 일하며 살고 있고 애들도 여기서 태어났다. 독일 축구팀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라며 “영원히 이주민으로 남아 있고 싶지 않다. 우리가 바로 새로운 독일인이다”라고 말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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