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살인범 라울 모트 잡기 위해 장갑차까지 동원돼
배반당한 사랑에 극도로 흥분한 무장 살인범에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나이트클럽 문지기인 라울 모트(37)는 지난 3일 새벽 잉글랜드 북동부 게이츠헤드에서 변심한 여자친구 사만사 스토버트(22)와 그의 새 남자친구 크리스 브라운(29)을 총으로 쏘고 도주했다. 폭행 혐의로 짧은 기간 감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지 이틀만이었다. 스토버트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브라운은 숨졌다. 모트는 또 자신을 쫓아오던 경찰에게도 총을 쏴 중상을 입혔다.
영국 경찰은 사건 발생 닷새째인 7일 현재 그가 숨어든 곳으로 추정되는 교외 산악지대에 60명의 중무장경찰과 저격수, 장갑차 20대까지 투입해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7일 전했다. 모트의 행방 제보자에게는 1만 파운드의 현상금도 걸렸다. 경찰 당국은 모트가 총기 2정과 다량의 실탄, 경찰에 대한 불타는 증오감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트는 도주 나흘째인 4일 언론사와 경찰에 보낸 49쪽짜리 장문의 편지에서 “내가 죽는 날까지 경찰들을 죽이겠다”며 ‘경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숨진 브라운의 직업을 경찰로 착각한데다, 감옥살이 중 애인이 변심한 것을 두고 경찰이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았다고 여긴 탓이었다. 그러나 편지에는 전 애인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충동적 총질에 대한 후회도 녹아있었다. “사만사를 만난 첫 6개월은 환상적이었다. 난 그녀에게 모든 걸 말했으며, 그녀는 결코 판단하지 않고 이해해주었다. 난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젠 그걸 안다. 그녀는 영원한 나의 여인….”
그러나 한 순간의 분노로 모든 것이 뒤엉켜버렸다. 6일에는 도주 중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야산의 텐트에서 두번째 편지가 발견됐다. 경찰에 대한 살의와 떠나가버린 사랑에 대한 애착이 진하게 묻어났다. 모트의 아버지는 쫓기는 아들에게 그의 어린 딸까지 언급하며 애절하게 자수를 권했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아들이)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절망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7일 “경찰이 라울 모트의 충격적인 범죄행각을 중단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을 달래 자수를 유도하기 위해 그의 친구들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범죄심리학자들은 모트가 경찰의 총격에 자신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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