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보조금·재정분담률 이견등 난관 여전 유럽연합(EU)이 헌법 비준완료 시한을 연기하기로 합의해 헌법을 가까스로 살려내기는 했으나 후속수단은 마련하지 못했다. 영국의 환급금과 농업보조금 폐지 등 예산안 개정 문제와 관련한 첨예한 대립도 계속됐다. ◇헌법 비준시한 연기=유럽연합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2006년 11월인 비준완료 시한이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융커 총리는 그러나 “헌법 재협상은 없다”며 “헌법에 대한 성찰과 설명,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융커 총리는 아무리 빨라도 2007년 중반까지는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국민투표를 다시 치러 찬성으로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시한이 2007년 중반 이후로 미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더글라스 알렉산더 영국 유럽연합 장관은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장국인 룩셈부르크와 덴마크가 헌법 비준을 위한 국민투표를 연기했고, 체코 아일랜드 등의 연기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일단 오는 10월3일 가입협상을 시작키로 한 터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확대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합의했다. 그러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서 유럽연합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제도가 없이 확장을 계속할 수 있느냐”며 유럽연합의 미래를 논의할 긴급 정상회담의 개최를 제안했다. ◇ ‘폭발력’ 큰 예산안=헌법 비준 문제와 확대 문제를 미봉한 정상들은 둘째날 회의에서 2007~2013년 예산안 마련에 집중하게 됐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의 첨예한 대립으로 타협 전망은 난망인 상황이다. 매년 40억~50억 유로의 재정 환급금을 받는 영국과 농업보조금의 4분의 1 가량을 가져가는 프랑스는 서로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 4%의 인구가 46%의 예산을 쓴다”며 농업보조금 개혁을 촉구했으며,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영국의 환급금을 줄일 경우 2007~13년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반면 시라크 대통령은 농업보조금 존속을 주장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2013년까지 농업보조금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2002년 합의한 바 있다. 재정 분담비율 문제는 또다른 난관이 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이 타협할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독일과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부담비율이 높은 회원국들은 재정부담 비율을 국민총소득(GNI)의 1%로 내리길 원하고 있으나, 새 가입국과 가난한 나라들은 더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집행위는 중간선인 1.14%를 제안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주 집행위원장은 “유럽연합이 영구적인 위기와 마비”속으로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모든 나라가 양보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틀거리는 유럽연합=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헌법과 예산안 때문에 경쟁력을 갖춘 기술주도의 경제로 이끌 ‘리스본어젠다’와 유럽연합 확대 문제는 뒤로 밀렸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개혁과 경제 자유화 문제는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지만 정상회의 뒤 낼 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회원국들이 반발하고 있는 터키와의 가입 협상이 오는 10월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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