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영 MI5 전 국장 “이라크는 9·11 테러와 무관”

등록 2010-07-21 21:09

엘리자 매닝엄-불러 전 영국 국내정보국(MI5) 국장
엘리자 매닝엄-불러 전 영국 국내정보국(MI5) 국장
이크라전 당시 정보국 수장…청문회 고백 ‘파장’
“영국 정보없이 참전…테러위협 되레 증대시켜”
이라크가 9·11테러와 관련됐다는 증거가 없고, 이라크 전쟁이 테러 위협을 더 악화시켰다고 엘리자 매닝엄-불러(사진) 전 영국 국내정보국(MI5) 국장이 20일 밝혔다. 이라크전 당시 영국 핵심 정보기관 수장의 고백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2002~2007년 영국 국내정보를 총지휘했던 매닝엄-불러는 이날 이라크전쟁 진상조사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9·11테러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이런 내 생각을 바꿀 만한 어떤 것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신뢰할 만한 정보도 없었고 단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판단이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입맛에 맞는 정보를 찾을 수 없자,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국방부 안에 별도의 정보부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 상원의원인 매닝엄-불러는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전 참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에게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매닝엄-불러는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이 이슬람 과격세력을 자극해 테러 위협을 “상당히” 증대시켰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이 오히려 알카에다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그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에게 이라크에서 성전을 치를 수 있도록 만들었고, 빈라덴은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이라크로 침투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라크전이 영국 등 서방에서의 이른바 ‘자생적 테러’의 토양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닝엄-불러는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더해 이라크에 개입함으로써 이것을 이슬람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젊은 세대 일부를 과격화시켰다”고 말했다. 52명이 숨진 2005년 7월 영국 지하철 자살테러범들은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남긴 바 있다. 매닝엄-불러는 70~80명의 영국 시민권자가 이라크로 건너가 테러조직에 참가했다고 이날 처음으로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매닝엄-불러 등 이라크 침략에 회의적이었던 관리들이 이라크전이 오히려 테러 위협을 높일 줄 알면서도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해 참전을 막지 못했다며, 이들의 뒤늦은 고백을 비판했다. 이라크전쟁 진상조사위원회는 전쟁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위협을 과장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구성돼 블레어 전 총리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해왔으며, 올해 말까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사진 AP


☞ MI5(영국 국내 정보국)

영국의 국내 첩보 담당기관으로, 해외 쪽은 MI6이 맡는다. 두 기관의 공식 명칭은 각각 에스에스(SS·Security Service)와 에스아이에스(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이지만, 육군 군사정보국(MID) 5과와 6과에서 출발해 흔히 과거 이름대로 불린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