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기본권 침해에 제동
독일 법원이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집회에 대해선 경찰이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데페아>(dpa) 통신은 독일 행정법원이 27일 “베를린시에서 평화적 집회를 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수년 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이런 행위는 경찰이 시위대에 대비해 자신들의 배치계획을 짜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독일 행정법원은 집회장면 촬영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촬영 행위가 사람들에게 겁을 줘 공공집회 참석을 꺼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9월 베를린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원자력발전소 반대 시위가 계기가 됐다. 당시 평화적으로 진행된 이 행사를 촬영한 경찰관을 상대로 두 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전통적으로 반핵 세력의 목소리가 높았던 독일에선 특히 2008년 이후 핵폐기물 시설 건설 재시도 등을 둘러싸고 경찰과 충돌이 벌어져왔다. 지난해 9월5일에는 2020년까지 독일의 모든 원전 가동 중단과 고어레벤의 핵폐기물 임시보관소 철거를 요구하며 350여대의 트랙터를 앞세운 5만명의 시위대가 베를린에 몰렸다.
이번 판결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다. 하지만 행정법원 대변인은 이번 판결이 별도의 관련법이 없는 모든 독일 연방 주에 영향을 끼친다면서 이런 주들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경우에만” 경찰이 촬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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