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노프, 터키 해변서 발견
‘권력투쟁 희생양’ 추정도
‘권력투쟁 희생양’ 추정도
러시아 정보당국 2인자의 의문스런 죽음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16일, 터키의 한 해변에 심하게 부패된 주검 하나가 떠밀려왔다. 지난주에야 신원이 확인된 이 주검의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의 ‘외국군 정보국’(GRU) 부국장인 유리 이바노프로 확인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1일 터키 현지언론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바노프의 주검은 조용히 러시아로 옮겨져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바노프는 지중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평가를 위해 시리아의 러시아 군사기지를 방문했다가 그곳을 떠난 뒤 실종됐다. 러시아 당국은 이바노프가 수영 중 숨졌다고만 밝혔지만, 이같은 공식 발표는 러시아 내부에서조차 의문을 사고 있다. 러시아 뉴스포털 <스포보드나야>는 “1992년에도 고위급 정보요원이‘교통사고’로 숨졌지만, 나중에 그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동료들이 밝혀냈다”며 “그 정도 고위급 정보책임자들은 엄중한 경호를 받으며, 우연한 사고로 죽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터키 외무부도 이바노프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인접 국가들과 접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 외국군 정보국은 러시아연방군 참모총장 직속 정보기관으로, 옛소련 붕괴 이후 조직이 분할된 국가보안위원회(KGB)보다도 조직규모가 큰 러시아 최대 대외정보기구다. 이바노프는 2000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체첸 분리주의세력 제거 책임자로 임명된 이후 체첸 지도자들에 대한 암살 작전을 주도했다. 이바노프가 러시아 정보기관들 내부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희생됐거나 체첸 독립운동 단체에 암살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이바노프의 죽음에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