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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춤·음악 즐기나 폐쇄적 공동체빈곤과 실업 악순환 ‘최하층’

등록 2010-09-05 20:25

“경멸 담긴 ‘집시’ 대신 인간 뜻하는 ‘로마’로”
언어학적·유전학적 연구에 따르면, 전유럽에 걸쳐 900만~1200만으로 추산되는 집시들은 기원전 250년께 인도 중부 라자스탄 지역으로 이주했던 인도아리안족의 후손이다. ‘집시’라는 통칭은 이집트에서 건너왔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생겨난 말이다. 집시들은 경멸적 의미가 담긴 집시라는 명칭 대신 자신들의 언어로 ‘인간, 남자’를 뜻하는 ‘로마’(Roma)라는 표현을 선호하고, 1971년 세계집시대회 이후 이 명칭이 공식 통칭어가 됐다.

대다수 집시들은 폐쇄적이고 가부장적인 대가족 공동체와 전통 생활양식을 고집한다. 최고 연장자가 가장 높은 서열을 차지하며 남성들의 권위를 중시한다. 여성은 아이를 낳거나 나이가 들수록 존중받는다. 혼전 순결이 절대적이고, 학교 교육에 무관심하며, 조혼 풍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관행은 구직난과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민족종교는 없으나 힌두교에 뿌리를 둔 ‘정결법’ 전통이 일상생활을 지배한다. 손톱과 발톱은 줄로 갈며 손톱깎기 사용은 금기시된다. 출산과 죽음도 불결한 것으로 여겨진다.

춤과 음악은 집시들의 삶의 중요한 일부다. 타고난 음악적 감수성에 거주지역의 토속음악을 접목시켜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플라멩고(스페인), 바이올린(헝가리) 브라스밴드(발칸반도) 등이 집시들의 재능에 빚졌다.

이들의 생활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집시들은 많은 문학이나 예술작품에서 자유로움과 정열, 끈끈한 가족애 등의 이미지로 그려져왔다. 하지만 불가리아의 영문뉴스통신 <노비니테>가 최근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소매치기와 도둑질, 더럽고, 게으르고, 교육받지 못했으며,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 사회의 도움에 빌붙어 사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유럽 보통사람들의 ‘고정관념’이다.

집시들은 14세기에 발칸반도에 첫발을 내디뎠고, 16세기까지 독일, 스코틀랜드 등 전유럽에 퍼져나갔다. 그러나 1360년께 그리스 앞바다의 코르푸섬에서 공국을 일시 건설한 것을 빼곤 국가로 통합된 적이 없어, 지금까지 최하층민으로서 천대와 멸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세기 중반까지 발칸반도에선 노예로 거래됐으며, 노예해방 이후엔 토지없는 농노 신세를 면치 못했다. 독일 나치는 이들을 열등민으로 구분해 20만명 이상을 가스실에서 학살했다.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 치하에서도 이등국민으로 구분돼, 체코에선 집시여성들에 대한 강제불임시술이 실시되기도 했다.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진 뒤에는 자본주의시장경제에 대책없이 내몰리면서 비천한 삶을 되풀이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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