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 “아직 불분명” 신중
‘유럽 최후의 분리주의 무장조직’으로 불리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에타(ETA·바스크 조국과 자유)가 앞으로 무장행동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에타는 5일 영국 <비비시>(BBC)와 친 에타 성향의 바스크 지역 신문 <가라>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에타는 갈등에 대한 민주주의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을 분명히 한다”며 “스페인 정부가 원한다면 민주적인 절차에 돌입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민주적 조건들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동영상 속에서 세명의 에타 전사들은 검은 바스크 모자와 노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무장행동을 택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몇달 전에 내려진 것“이라고 전했지만, 무장행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인지 영원히 포기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스페인 정부는 에타의 선언에 즉각적인 반응을 삼간 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에타는 그동안 두차례나 영구 휴전을 선언했지만, 2006년 12월 휴전 선언 9개월 만에 마드리드 국제공항 테러를 일으키는 등 예측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며 “에타는 폭력에 대한 포기 의사를 좀 더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에타는 1959년 7월31일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에서 좌파 민족주의 청년들이 뭉쳐 만든 과격 무장단체로 지난 51년 동안 829명의 희생자를 낸 크고 작은 테러를 일으켰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정됐으며, 최근 지도부의 대량 검거로 인해 이전에 견줘 세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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