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사민당 인종주의 공방 휘말려
고위 간부 발언에 지지율 급락
고위 간부 발언에 지지율 급락
요즘 독일에선 독일중앙은행 이사 틸로 자라친(65)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지난달 말 그가 출간한 <독일은 자멸하고 있다>라는 책 때문인데, 전통적으로 진보를 표방하는 사민당 소속 고위 인물이 내놓은 우파 대중영합주의 주장이라 논란은 더욱 크다.
자라친은 이미 지난해 한 잡지에서 “이 나라의 사회복지에 의지해 살면서 이 나라를 부정하고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히잡 착용 소녀들을 생산해내는 이들을 인정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밝혀 논쟁에 휘말렸던 인물. 이번 책은 자신의 이런 주장을 각종 통계로 뒷받침하며, 이슬람계 이주민 관련 법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자라친이 독일인들에게 민감한 ‘유전자’를 운운한 것은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자라친은 <벨트 암 존탁> 인터뷰에서 자신이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바스크족이나 유태인이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듯 각 민족들이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 이주민 자녀들이 베트남이나 인도계의 다른 이주민들에 비해 학교 성적에서 저조한 것을 들며, 지능은 50~80% 정도 유전이므로 무슬림 이주민들이 유전적으로 아이큐가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독일 언론들은 물론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보수파 정치인들도 비난에 나섰다. 사민당은 그에 대한 출당 절차를 시작했지만,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안팎서 나오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자라친은 정당 지지율까지 휘젓고 있다. 주간 <슈테른> 의뢰로 포르자연구소가 실시해 8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민당 지지율은 지난 5월 이후 최저인 25%를 기록해 녹색당(21%)과 불과 4%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