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이 집시캠프 철거할거라 하던데”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은 지옥이라더라”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은 지옥이라더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각각 외교관례에 어긋나거나 사실이 불분명한 주장에 외국 정상들을 끌어들여 입길에 올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몇 주 안에 (프랑스처럼) 집시캠프를 철거할 작정이라고 내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였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사르코지가 너무 멀리 나갔다”며 “사르코지가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구실로 ‘독일의 정치는 얼마나 조용한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독일 쪽은 발칵 뒤집혔다.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즉각 “메르켈 총리는 결코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내 집시촌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는 반박성명을 냈다.
사르코지는 이날 정상회의장에서도 주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언성을 높이며 설전을 벌여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앞서 14일 비비안 레딩 집행위 부위원장이 “2차대전 이후 유럽에서 되풀이되어선 안되는 광경”이라며, 프랑스의 집시 추방을 나치의 유대인 추방에 빗대고, 다음날엔 바호주 위원장이 그것을 “집행위원단의 공식 견해”라고 밝힌 데 대한 항의였다.
사르코지는 “레딩 부위원장의 극단적 견해에 충격을 받았다”며,“그 발언이 집행위원단의 공식견해가 맞냐”고 거듭 따져 물으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뒤에 사르코지는 바호주 위원장과의 다툼을 부인했고, 바호주 위원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복수의 소식통들은 “(언쟁이) 격렬했다”고 전했다. 사르코지 정부는 유럽연합의 비판에 아랑곳없이 집시추방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유럽연합 집행위는 그에 대한 법적 제재를 추진할 방침이어서, 양쪽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 브루니는 프랑스 기자들이 쓴 회고록 <카를라와 야심가들>의 출간을 앞두고 16일 영국 <데일리 메일> 인터뷰에서,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이 ‘백악관 생활은 지옥’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3월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미국 방문 때 미셸에게 ‘백악관 생활은 어떻냐’고 물었더니 “묻지도 말아요, 지옥이예요. 견딜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엘리제궁은 즉각 “이 책이 브루니와 공동작업으로 쓰였다”는 필자들의 주장을 반박했고, 주미 프랑스 대사관도 “미셸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프랑스 대사관 쪽의 해명을 트위터로 전파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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