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방문 ‘사태 진화’ 나서
“사과 아니다” 비난 시위도
“사과 아니다” 비난 시위도
아동 성학대 파문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영국 방문을 강행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피해자들을 만나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18일 아동 때 카톨릭 사제들한테 성학대를 당한 5명을 만나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들을 심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깊은 슬픔과, 피해자들과 그 가족이 겪은 고통에 대한 부끄러움”을 표현했다고 교황청 대변인이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영국 카톨릭 아동 보호 담당자들을 만나서는 “어린이 보호 필요성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말하고, 웨스트민스터대성당에서도 피해자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언급했다. 이런 행보는 각국에서 우후죽순처럼 불거져 카톨릭교회를 곤경에 빠트린 성추문을 진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날 런던 중심가에서는 아동 성학대나 낙태 금지 등을 비판하며 교황의 방문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000여명이 참여한 이날 시위는 2005년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반대 시위로 최대 규모다. 카톨릭 성추문 피해자 단체는 “‘슬픔’과 ‘사과’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교황의 말을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경찰은 교황을 공격하려는 음모를 꾸민 혐의로 6명을 체포했다 풀어주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영국국교회가 주류 종교인 영국에서의 비우호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19일 존 뉴먼 전 추기경에 대한 시복(성인 다음인 복자의 지위를 주는 것) 미사를 진행했다. 그는 19세기에 영국국교회를 버리고 카톨릭으로 개종한 뉴먼이 “진실에 대한 열정과 지적 정직성, 진심에서 우러나온 개종은 희생이 크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1534년 영국국교회 창설로 로마교황청과 갈라진 영국을 국빈방문한 교황이 이런 행사를 치른 것은 또다른 시비를 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교회의 분열 이후 교황의 영국 방문은 1982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베네딕토 16세가 두번째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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