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밀리밴드, 노조·좌파 지지로 4차투표서 친형 제쳐
미국식 자본주의 비판…영 주요3당 대표 모두 40대
미국식 자본주의 비판…영 주요3당 대표 모두 40대
25일 치러진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갓 마흔살의 에드 밀리밴드 전 에너지장관이 친형 데이비드 밀리밴드(45) 전 외무장관을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새 당수로 선출됐다.
에드 신임당수는 4차 투표까지 가는 초접전 끝에 유효투표의 50.65%를 얻어 데이비드 후보를 1.35%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지난 5월 13년 만에 보수당에 정권을 내어준 노동당을 이끌 책임을 맡게 됐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에드는 1, 2차 투표에서 데이비드에게 뒤졌으나, 노조 당원 및 좌파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극적인 막판 역전극에 성공했다. 데이비드는 당 소속 의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당권 장악에는 끝내 실패했다.
중도성향의 데이비드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정부에서 정치경력을 쌓은 반면, 에드는 2005년 정계에 진출해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밑에서 경제 보좌관을 지냈다. 이로써, 영국 노동당이 중도파까지 지지층을 넓히려 우경화했던 블레어의 ‘신 노동당’ 노선을 접고 정통 좌파정당으로 복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 노동당 대표 선거는 당 소속 상하 양원의원, 유럽의회 의원, 당원과 노조 등 3개 유권자그룹이 동등한 비율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첫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최소득표자를 탈락시키고 그 지지자들의 선호투표를 상위 득표자들에게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과반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이번 선거로, 영국에선 연립정부 총리이자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44), 연정 부총리이자 자유민주당 당수 닉 클레그(44)와 함께 여야 주요 3당의 당수를 모두 40대 초중반의 젊은 정치인이 장악하는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에드 신임당수는 저명한 마르크스 이론가인 부친 랠프의 영향으로 17살에 노동당에 가입했으며, 옥스포드대와 런던정경대에서 공부했다.
에드는 당선 직후 당의 단합과 변화를 역설했다. 그는 “오늘 새로운 세대의 업무가 시작됐다”며 “노동당의 재집권을 향한 여정에서 더 번영된, 더 평등한, 더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분투하겠다”고 말했다. 에드는 선거운동 메시지의 대부분을 당내 좌파를 향한 메시지로 채웠으며, 블레어 전 총리가 주창한 ‘새로운 노동당’의 사망을 선고하고 블레어 정부 시절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야수같은 미국식 자본주의’라고 맹공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향후 노동당의 정책적 방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신임당수에게 축하전화를 걸어 국가안보 중대사를 협의할 것을 약속했으며, 에드는 “책임 있는 야당을 이끌겠다”고 화답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유나이트 노조의 토니 우들리 사무국장은 “몇달전까지도 상상할 수 없었던 에드의 승리는 노동당이 변화를 원한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환영했다. 반면, 데이비드를 지지했던 한 고위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당 정체성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며 “노동당이 노조가 심은 당수를 선출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에드 신임당수가 이끄는 노동당의 면모는 2주 뒤께 발표될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에서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형 데이비드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동생이 이끄는 노동당에서도 중책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에드 신임당수가 이끄는 노동당의 면모는 2주 뒤께 발표될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에서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형 데이비드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동생이 이끄는 노동당에서도 중책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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