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 맞설 ‘사설 해군’ 만든다
영국 보험·해운업계 추진…법적지위 등 걸림돌
영국 보험업계와 해운업계가 소말리아 해적의 선박 납치에 대응하기 위한 ‘사설 해군’ 창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대형 해운업체들은 이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마쳤으며, 영국 정부도 업계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8일 보도했다. 업계는 이미 영국 국방부, 교통부, 외무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를 진행해왔다.
업계는 20여척의 순찰선과 무장경비대원들로 짜여진 사설 해군을 만들어 민간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신속히 통과하고 인도양에서의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세계적인 해운보험사인 자딘로이드톰슨 쪽은 “사설해군은 정규 해군의 직접 지휘 아래 국제법에 따른 교전수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선임 중개파트너 숀 울러슨은 “현재로선 민간경비부문과 다국적 해군 사이에 연계가 없다”며 “해적질은 보험금을 갈취하는 범죄행위인데, 왜 사전대책을 강구하면 안되느냐”고 되물었다.
업계는 1천만파운드(약 180억원)로 예상되는 사설해군 창설 비용은 보험가입자들의 해적보험 프리미엄을 삭감한 돈으로 충당할 생각이다. 그러나 사설해군이 창설되기까지는 해적 퇴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해군과의 관계 설정과 법적 지위 등 장애물이 남아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제사회의 공조에 힘입어 최근 몇달새 소말리아 해적은 위축되고 있지만, 지금도 선박 16척과 선원 354명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돼 억류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납치된 삼호드림호와 한국인 8명 등 선원 25명이 아직까지 붙잡혀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에만 국제사회가 소말리아 해적에 지불한 피랍선박 석방 보석금이 건당 평균 400만달러, 억류 기간은 117일에 이른다. 또 국제 해상보험업계는 지난 2년간 해적 관련 보험금으로만 3억달러(약 3400억원)를 지급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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