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선출서 동생에 패해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동생에게 패한 데이비드 밀리밴드(45) 전 외무장관이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비비시>(BBC) 등이 전했다. 그는 29일 성명을 내, “내가 (그림자 내각에 있으면) 형제 사이 분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림자 내각이란 야당이 집권을 대비해 미리 구상해 놓는 예비 내각을 뜻한다.
밀리밴드 전 외무장관은 이날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노동당을 위해 일선에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동생인) 밀리밴드 대표가 노동당을 자신의 의사대로 방해받지 않고 이끌어 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밀리밴드 형제는 저명한 마르크스 이론가인 부친 랠프의 영향으로 둘다 노동당에 입당했지만 정치적 성향은 다르다. 형인 밀리밴드 전 외무장관은 중도 성향으로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정부에서 정치 경력을 쌓았다. 반면, 동생인 밀리밴드 대표는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밑에서 경제보좌관을 지냈고 좌파 성향이 선명하다.
동생 밀리밴드 대표가 지난 28일 노동당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이라크 전쟁에 개입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하자, 연설을 듣던 형 밀리밴드 전 외무장관의 얼굴이 굳어진 장면이 방송된 것이 대표적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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