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나 슬러지 저수조 붕괴로 7개마을 덮쳐 4명 사망
정부, 3개군에 비상사태 선포…다뉴브강 유입 가능성
정부, 3개군에 비상사태 선포…다뉴브강 유입 가능성
헝가리의 알루미나 슬러지 저수조 붕괴로 홍수가 발생해 유독물질이 대량 방출되고 4명이 숨졌다. 물이 아닌 독성물질이 덮친 기이한 홍수로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중·동유럽의 하천 생태계가 위험하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전날 헝가리 서부 데베체르의 알루미나(알루미늄 생산 중간단계 제품) 제조 공장의 저수조가 붕괴해 쏟아지기 시작한 슬러지로 5일까지 4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으며, 12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알루미나 1t 제조에 2~3t씩 발생하는 찌꺼기인 슬러지는 납과 부식성 화학물질을 함유해 살갗을 태우는 등 인체에 유해하다. 사고 뒤 소방관들과 경찰이 출동해 방제에 나섰지만 이날 밤까지 슬러지 100만㎥가 흘러나왔다.
사망자들은 붉은색 진흙 형태의 슬러지에 휩쓸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유독물질에 살갗이 닿아 화상을 입었다. 현지 의사들은 옷을 뚫고 화상을 입힌 알루미나 슬러지의 유독성이 어느정도인지는 환자들을 며칠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정부는 알루미나 슬러지가 7개 마을을 휩쓸고 피해가 확산되자 이날 오후 3개 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졸탄 일레스 환경장관은 “생태적 재앙”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특히 알루미나 슬러지가 지류를 거쳐 중·동 유럽을 관통하는 다뉴브강(도나우강)에 흘러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헝가리·오스트리아·독일 등 9개국에 걸쳐있는 다뉴브강은 빈·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 등 각국 수도를 지나간다. 헝가리 당국은 주변 하천에 진흙 수백t을 쏟아부어 슬러지 차단에 나섰다.
저수조가 왜 터졌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 내린 비로 붕괴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루미나 제조업체는 그러나 최근 검사에서도 안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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