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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한방’ 먹은 사르코지…10대들은 현실적 이익 원했다

등록 2010-10-20 19:53수정 2010-10-21 09:33

통신원 리포트/민심 잘못읽은 프랑스 정부
청년지지 기대했던 연금법 되레 비판 직면
젊은이들, 일자리 악화·정년 연장등에 불만
연금 개혁 문제와 관련해서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대대적인 거리시위 동참은 이번 프랑스 총파업 정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상당수 고등학교들은 학생들이 쳐놓은 바리케이드로 아예 출입구가 봉쇄되어 출입조차 할 수 없다. 이 이례적인 고등학생들의 움직임은 왜일까?

이번 연금개혁안 관철 과정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두 가지 사회적 갈등의 장을 예상했다. 하나는 ‘이념적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세대간 갈등’이었다. 우선, 현재 프랑스에서 정치권 좌우 진영 간의 갈등은 사르코지 정부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파는 연금개혁안 관철을 고집하며 70%의 반대 여론을 무시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고, 좌파는 연금개혁안 반대라는 원칙은 확고하지만 그렇다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미래 세대와 현재 세대와의 세대간 갈등 문제는 사르코지 정부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현재 프랑스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좌우를 불문하고 속내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금 재정 고갈의 ‘가장 큰 피해자’로 여겨졌던 미래 세대들이 오히려 이번 연금개혁안에 적극 반대하며 대대적인 동맹 휴업과 시위 참여로 판을 키우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프랑스 정부와 여당은 “고등학생들이 좌파 진영의 선동에 속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하고, 일부 해외 언론들은 “사르코지에 대한 맹목적 반대심리”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실제 시위 현장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의 문제의식은 이런 진단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정년 연장으로 인해 당장 졸업 뒤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과, 더 오래 일하고, 더 늙어 연금 받기 시작하는 삶은 싫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좌우파의 이념 추구나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호불호에서라기보다는, 정부의 연금개혁안과 관련해서 철저하게 자신들의 단기적 이익에 충실한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등학생들을 두고 일부 정치인들은 정치적 공세를 위해 이들을 이념의 잣대로 색칠하고, 이에 대한 정치 세력간 득실을 따지고 있다. 사르코지 정부는 연금개혁 관련 세대간 갈등 국면에서 최소한 미래 세대들은 자신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그들만의 셈법으로 지금 정치권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 프랑스 총파업 소식을 전하면서, 일부 해외 언론들은 고등학생들을 과격시위를 벌이는 ‘파괴자들’(casseurs)과 함께 묶어 과격한 젊은이들로 잘못 묘사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시끄러운 민주주의’에서 유독 ‘시끄럽다’만 강조되는 셈이지만, 사실 그 아래 진짜 작동하는 것은 ‘민주주의’다.

파리/윤석준 통신원·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유럽학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 sem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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