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도심 5만명 항의 시위
보수당사 난입…경찰 충돌
“학비 폐지 공약 어겨” 비판
보수당사 난입…경찰 충돌
“학비 폐지 공약 어겨” 비판
영국 대학생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5만2000여명의 대학생(전국학생연맹 주장)이 10일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의 학비 인상과 대학재정 지원금 삭감에 항의해 런던 도심의 의사당 건물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 대부분은 평화시위를 벌였지만, 일부는 집권 보수당 본부가 입주한 웨스트민스터의 밀뱅크 타워에 유리창을 깨며 난입해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고 <비비시>(BBC) 등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한때 밀뱅크 타워 옥상을 점거한 시위대는 건물 아래 경찰들에게 소화기와 계란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학생 35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등 10여명이 다쳤다.
런던 경찰당국은 시위 참가학생들의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폴 스티븐슨 런던경찰청장은 “폭력시위는 예상하지 못했으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폭력시위 가담자는 모두 추적해 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학생들이 이날 시위를 어떻게 조직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학생 시위가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캐머런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정책이 서민 복지예산 축소와 직결되는데다, 정부의 학비 인상 허용 폭이 지나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2012년부터 대학 보조금을 40% 줄이고 학비 상한선을 현행 연간 3290파운드(약 590만원)에서 최대 9000 파운드(약 161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시위학생들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연립정부가 밀어붙이는 ‘교육의 시장화’와 ‘부자를 돕고 약자를 괴롭히는 시스템’에 반대한다”며 “재정지출 삭감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직접행동을 요구한다. 이건 단지 저항의 시작일 뿐이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특히 보수당 연정에 참여한 자유민주당이 지난 5월 총선 당시 대학 학비 폐지를 공약했다가 오히려 정부의 인상안에 찬성한 것을 강력히 비난했다. <인디펜던트>는 “이날 학생시위는 연정의 ‘합의의 시대’의 종식을 알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시위에 대한 영국 언론의 보도 태도는 엇갈렸다. 일간 <더 타임스>는 “일부 학생들이 일격을 가했지만, 그것은 자유나 민주, 공정함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옥상에서 딱딱한 물건을 던지면 아래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물리법칙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반면 <가디언>은 “학비 인상과 항의시위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일부 폭력사태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지지를 받는 대규모 시위로, 주류 정치권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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